불과 5년 전 그의 공식 직함은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러나 요즘 그는 라자드 아시아 회장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갖고 국내 재벌을 압박하고 있다. 라자드 아시아는 SK그룹의 최대주주로 떠오른 소버린의 국내 투자자문을 맡는 회사다.
지난 11일 오호근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태원, 손길승, 김창근 등 유죄판결을 받은 SK(주) 임원들은 사퇴해야 한다”며 “또한 SK(주)는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 회장이 돌연 SK그룹의 생사권을 쥐고 있는 소버린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것.
재계에서는 이런 오 회장을 두고 “국내 재벌 그룹을 골라가며 상대한다”는 표현을 쓸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99년 오 회장은 ‘대우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몰락한 대우그룹의 계열사 및 부채를 청산하는 책임을 맡았다.
그러나 당시 오 위원장은 임기 만료를 이유로 들어 대우차 등 대우그룹의 현안들을 내버려둔 채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한동안 잊혀졌던 오 회장이 이번에는 또다른 명칭으로 재계 3위의 SK그룹에 메스를 가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다보니 재계 일부에서는 오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갑지만은 않은 것.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에서 한국종합금융 사장, 번역가 등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오 회장의 변신이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