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99년 구조조정 대상으로 직권면직된 전직 국정원 간부들의 단체인 ‘국사모’(국정원을 사랑하는 모임)의 송영인 회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목소리까지 쉰 상태다.
송 회장이 무더위도 잊고 동분서주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3일 ‘면직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국정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 국사모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친정’인 국정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직으로 가는 길’에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국정원이 오는 9월4일까지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야만 한다는 것. 그래야만 꿈에 그리던 ‘친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 항소할 경우, 2심 재판이 진행될 수밖에 없고, 자연히 복직 여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에 송 회장은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안기부 퇴직자들의 친목모임인 ‘양지회’(회장 안무혁 전 안기부장) 회원들을 만나 복직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다녔다. 국사모의 ‘지원병’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양지회 회원 50여 명은 최근 고영구 국정원장과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건의서’ 한 통씩을 전달했다.
양지회는 건의서를 통해 “국사모 회원 21명은 그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억울함과 정신적 경제적 고통 속에서 살아온 간부들로, 이번 소송도 여기서 마무리돼야 할 것”이라며 선처를 부탁했다. 국정원 등에 항소 포기를 요청하는 ‘상소’를 올린 셈이다.
송 회장은 “9월4일까지 국정원이 항소하지 않을 경우, 국사모 회원들은 복직하지만 젊은 회원 5∼6명 정도만 계속 근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회원들은 복직한 뒤 몇 개월 안에 퇴직할 생각이라고 송 회장은 전했다.
한편 국정원은 25일 현재까지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