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이 딜레마에 빠졌다.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 한 집안 식구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중 한 명의 손을 들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정 고문의 막내삼촌으로 평소 정 고문이 집안 어른들 중 가장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출마의사를 비췄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해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형수인 현 회장도 못 본 척할 수 없는 상황. 현 회장은 정 고문의 바로 위 형수인 데다, 정 고문과 가장 가까운 형제였던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이다.
정 고문이 고민에 빠진 이유는 그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 2.14%(12만3백20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 명예회장과 현 회장은 오는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을 눈앞에 두고 표대결을 벌일 태세다. 이에 따라 양측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소량이라도 보유하고 있는 일반 투자자가 있으면 주식에 대한 위임권을 넘겨 달라며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무려 2.14%나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표면상 중립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고문이 누구 편을 들어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삼촌의 편을 들자니 형수를 보기가 민망하고, 그렇다고 형수편을 들자니 삼촌을 볼 면목이 없는 것.
더욱이 현대중공업의 경우 최대주주는 정 고문이이지만, 정 명예회장이 이끌고 있는 KCC가 전체 지분 중 8%를 보유한 2대주주여서 정 고문이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