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순형 의원(왼쪽), 이인제 의원 | ||
이인제·조순형·김민석·신국환·장상 등 5명이 뛰고 있는 민주당 경선의 향방을 점검해 보았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추석연휴 동안 29일 실시된 전북지역 경선에 대비해 호남 지역 곳곳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30일 강원과 대구 경북 지역 경선이 예정돼 있었지만 전체 선거인단의 20%에 가까운 총 11만 7987명의 선거인단을 가진 전북지역 경선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는 14일의 광주·전남지역 표심의 향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전북지역은 각 후보들에게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표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유효투표 9146표 중 57.2%인 5236표를 얻은 이인제 의원이 1위를 차지해 22.1%인 2023표를 얻는 데 그친 조순형 의원을 멀찍이 따돌렸다. 30일 강원·대구·경북지역 경선에서는 이 의원이 1456표를 얻어 2430표를 얻은 신국환 의원에게 의외로 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누적득표율은 이 의원이 46.7%로, 19.6%를 획득한 조 의원을 27.1%p라는 큰 차로 앞서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이 의원의 우세가 거의 결정적인 듯이 보인다.
한때 범여권의 다크호스로 지목되던 조 의원이 이처럼 맥없이 주저앉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세론’과 ‘조직력’을 각각 내세우고 있는 두 후보 간의 접전 양상은 여론조사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조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에 비해 10% 이상 큰 차이로 우위를 점해 왔다. 추석 이후인 지난달 27일 YTN·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조 의원은 28.7%로 이 의원(21.7%)을 앞섰으며 9월 17일~19일 사이에 실시된 여론조사(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에서도 18.3%를 얻은 이 의원에 비해 15.5%를 앞선 33.8%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여론조사는 워낙 낮은 투표율로 제대로 경선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인천 지역의 투표율이 9%대, 전북 지역의 투표율은 이보다 낮은 7.8%에 머물며 조직이 여론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일반국민의 관심이 극히 저조한 가운데 ‘국민 경선’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지고 있는 경선은 국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조직표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셈이다.
조 의원은 대선 출마선언 당시부터 “인적·물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걱정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인적·물적 자원의 불충분만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이 조 의원 측의 주장이다. 조 의원은 인천지역 경선 결과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며 수긍하는 분위기였으나 전북지역 경선 하루 전인 지난 28일 ‘동원경선 의혹’을 제기하며 이인제 의원 측과 공방을 벌인데 이어 30일에는 아예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해 버렸다.
조 의원 측 장전형 대변인은 “전북경선에서 전북도당 주요 당직자를 포함, 3000여 명의 후원당원이 선거인단 명부에서 누락됐고, 조 의원의 지역구 당원 등 서울지역 1500명의 후원당원도 선거인단에서 빠졌다”며 “당 지도부는 정체불명의 동원된 사람만 경선에 참여하는 양상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후원당원 누락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앞서 지난 28일에도 “특정단체에서 2만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등 경선에 개입해 이인제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며 동원 의혹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인제 의원 측 이기훈 대변인은 “조 후보 측이 제기한 특정단체 동원경선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맞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 의원 측은 동교동계 인사들이 향후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인제 밀기’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조 의원 측 장 대변인은 “보이지 않는 손이 경선에 개입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만만한 후보를 당선시켜 후보단일화 등의 통합과정을 수월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인제 의원 측은 “만약 동교동계가 경선에 개입했다면 이는 그쪽에 가서 따질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범여권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이 의원 측은 “2002년 정몽준 씨처럼 남의 당 들러리나 서는 후보 단일화에 관심 없다”는 입장이며 조 의원 측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신당을 비롯한 범여권 세력과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해 왔다.
조 의원 측이 과연 경선을 포기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경선을 계속한다 해도 조직표를 압도할 수단이 없다는 데 조 의원 측의 고민이 있다. 6선 의원의 경륜과 도덕성, 정통성에 호소하고 있으나 ‘조직’이 없기 때문에 직접 대면접촉을 하는 방법 외엔 표를 모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 대중적인 인기를 경선에 반영하기에는 워낙 민주당 경선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 조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민주당 ‘골수’ 지지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도 듣고 있다.
과연 오는 14일 광주·전남 경선까지 마친 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호남민심까지 흡수해 조직력 과시를 이어가고 있는 이인제 의원이 승리를 할 수 있을까. 과연 조순형 의원은 조직의 쓴 맛에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막판 접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