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안산종합운동장 입구에서 서울로 행진하는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및 1톤 트럭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이 대치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일요신문]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전국 농민들의 서울로 향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소속된 ‘전봉준 투쟁단’은 25일 트랙터, 트럭 등 수백여 대의 농기계와 차량을 이끌고 서울로 향했다.
당초 이들은 이날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광화문 광장 인근서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었다. 상경 길에 경찰과 충돌이 예상됐지만 법원에서 집회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천안에 집결한 이들이 경기도로 접어들 즈음, 경찰이 이들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집회 참가는 막지 않겠으나 트랙터 등 대형 농기계의 통행을 막은 것. 경찰은 안성IC 등 고속도로 각지에 배치됐다.
오후 3시 30분 경 평택대학교에서 집회를 가진 농민들은 서울을 향해 재출발 했으나 경찰의 ‘트랙터 통제’로 진행 속도가 늦춰졌다. 경찰은 1톤 트럭 또한 트럭 위쪽에 ‘쌀값 보장, 박근혜 퇴진’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농민들은 깃발을 제거하고 경찰을 통과, 죽전휴게소에 들러 다시 깃발을 매달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상경투쟁 차량이 속속 서울방면으로 움직이고 있는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죽전휴게소에 트럭이 집결하고 있다. 모인 트럭은‘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인 깃발을 달고 있다. 경찰은 휴게소 출구 쪽에 순찰차를 배치, 상경을 막아서면서 농민들과 대치 중이다. 임준선 기자
경찰의 개입에 죽전휴게소에서 재집결한 농민들은 대부분이 1톤 트럭 운전자들뿐이었다. 이들은 현재 상경하는 농민들 중 20%정도만 죽전휴게소로 진입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었다.
오후 5시경, 죽전휴게소에 있던 이들은 안성IC에서 발이 묶인 동료들을 기다릴 계획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원래는 서울에서 먹을 건데 맛만 보자”며 챙겨온 돼지고기를 굽기도 했다.
이들은 시위 현장처럼 방송 장비로 시국관련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한 농민은 “농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며 “최순실 게이트에서 박근혜 게이트로 넘어간 상황이다. 국민들은 속았다. 새로운 정권을 만들자”고 말했다.
죽전휴게소에서 대기하던 인원들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농민회 전남 지도부 관계자는 “트랙터 등 농기계가 이번 상경투쟁에서 농민을 상징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트랙터를 놓고 가라는 것은 우리의 투쟁 자체를 막는 것이라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후 6시 안성IC와 죽전휴게소에서 동시에 경찰규탄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 사이 트랙터를 실은 대형 트럭이 죽전휴게소로 도착했다. 대형 트럭 운전자는 자신들의 경로를 완전히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안성IC를 우회해서 왔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6시가 되자 기자회견을 가지려던 계획과 달리 서울로 다시 내달릴 것을 선택했다. 이들은 뒤에 있는 동료들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자신들이라도 서울에 닿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약 50여대의 1톤 트럭에 시동이 켜졌고 속속 죽전휴게소를 빠져나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상경투쟁 차량이 속속 서울방면으로 움직이고 있는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죽전휴게소에 트럭이 집결하고 있다. 경찰은 휴게소 출구 쪽에 순찰차를 배치, 트랙터상경을 막고 있다. 임준선 기자.
하지만 이들의 상경은 쉽지 않았다. 기존의 교통 체증에 수많은 농민들까지 합세하며 서울로 들어가는 길은 정체가 심했다. 또한 길목마다 경찰들이 배치돼 농민들을 막아설 태세를 보이고 있었다. 20시 50분 반포대교 남단에도 경찰 병력이 배치된 것이 확인됐다. 강북으로 가는 농기계를 막아서겠다는 계획을 하는 듯 보였다.
밤 11시가 돼가는 시간에도 농민들은 그들이 목표로 했던 세종로 정부청사에 닿지 못했다. 많은 경찰 버스가 미리 도착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정작 농민들은 경찰의 통제와 교통정체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농민들은 양재IC 등지에서 경찰과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상경투쟁 차량이 속속 서울방면으로 움직이고 있는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죽전휴게소에 트럭이 집결하고 있다. 경찰은 휴게소 출구 쪽에 순찰차를 배치, 트랙터상경을 막고 있다. 임준선 기자.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