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우스갯소리 가운데 하나다. 이명박 후보는 궁지에 몰릴 때마다 터져 나온 ‘사건’ 때문에 위기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대선운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곤 한다.
지난 7월 19일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청문회가 열려 도곡동 땅을 비롯한 이명박 후보의 차명 부동산 의혹이 본격 제기된 날.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날 21명의 한국인 남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다. ‘때마침’ 터져 나온 ‘아프가니스탄 인질 피랍 사태’로 이 후보의 도덕성 검증 과정에 쏠린 관심이 분산됐다. 이슬람교의 ‘알라’신이 도운 셈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지난 9월에는 ‘변양균-신정아 사건’이 터져 이 후보의 국정 비전 부재 비판이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 실추 이슈에 묻혀 갔다. 또한 이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쳐 이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정치적 이익을 안겨 주었다. 이 사건은 동국대와 일부 승려들이 연루됨에 따라 결국 불교의 ‘부처님’이 이 후보를 도운 셈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김정일교’가 이 후보를 도왔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지난 8월 13일은 검찰이 ‘도곡동 땅은 이명박 후보 큰형 이상은 씨가 아닌 제3자의 소유인 것으로 보인다’는 중간수사 발표를 했던 날. 그런데 그 바로 닷새 전 7년 만의 2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전격적으로 발표돼 국민의 관심이 온통 거기에 쏠려 검찰의 발표가 머쓱하게 된 적이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에서 종교의 교주와 같은 사람이다. 이 후보가 ‘김정일교’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그런데 기독교는 어떨까. 소망교회 장로인 이명박 후보에게는 1000만 명이 넘는 기독교 신자들이 든든한 ‘백’임에 틀림없다. 기독교 ‘하나님’이 그를 도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번 부시 대통령 면담에 다리를 놓은 강영우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를 개인적으로 1998년부터 교회를 통해서 알게 됐고, 2002년 교계활동을 통해서 만나고, 여러 번 만나서 친분이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이 후보가 기독교의 도움을 받아 강영우 차관보를 ‘소개’받았지만 결국 그의 ‘가벼운’ 처신 때문에 이 후보에게 큰 부담을 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독교를 믿는 정두언 의원은 사석에게 기자에게 “이 후보의 어머님이 그를 위해 기도하는 양과 질이 일반인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에 그가 대권후보까지 오르게 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서울시 하나님 봉헌’ 설화 등 이 후보에게 기독교는 꼭 구원의 손길로 다가오지만은 않은 것 같아 흥미롭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