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손보사와 삼성화재가 정비사업소 청구금액 삭감률 통계. 자료=인천자동차검사정비조합
‘비즈한국’이 단독 입수한 인천자동차검사정비조합 소속 정비사업소들의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통계를 보면 삼성화재는 이 시기 정비사업소 청구 금액에 비해 평균 39%를 차감하고 지급했다. 반면 다른 대형 손보사는 평균 14%만 차감해 세 배 가까운 차감률 차이가 났다.
중소 손보사의 경우 차이는 더 컸다. 복수의 정비사업소 관계자들은 이를 임의삭감이라고 지적한다. 타 지역 자동차검사정비조합에 문의해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국적으로 동시에 벌어지는 현상으로 파악됐다. 손보사가 지급하는 금액을 정비사업소가 못 받겠다고 버티면 손보사는 수리비를 적게 주기 위해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는 식이다.
인천에서 정비사업소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지난해 정비사업소 연 매출이 17억 원이었다. 당 정비사업소가 삼성화재에 수리비로 청구한 금액에서 5억 7000만여 원을 삭감당했다”며 “타 손보사 수준의 차감률만 적용받았어도 매출이 20억 원을 넘었을 것이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소송에 나섰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정비사업소장 유 아무개 씨는 “소송 전담인력을 대거 두고 있는 손보사로부터 소송이 걸리면 영세한 정비사업소로서는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으로부터 삼성화재와 수리비용 지급 문제와 관련해 수년째 소송 과정에서 조정결정, 강제조정결정까지 받았지만 삼성화재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정비사업소의 수리비용과 관련해 삼성화재는 자체 산정한 비용에 대해 법원에 공탁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아무개 손해사정사는 “삼성화재의 경우 삭감률이 높다는 것을 아는 정비사업소들이 과다청구하는 사례도 빈발하다”며 “그렇다 해도 손보사가 채무부존재와 관련해 공탁을 걸면 돈을 찾는 정비사업소는 복잡한 절차와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정비사업소를 골탕 먹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정비사업소를 폐업한 추 아무개 씨는 “삼성화재로부터 6억~7억 원의 수리비를 삭감당했고 결국 폐업하게 됐다”며 “손해를 보더라도 받아야 하는 정비사업소도 있지만 50% 이상 삭감 지급을 당할 경우 공탁에 응하지 않는 정비사업소들도 있다. 이럴 경우 소송에 내몰린다”고 강조했다.
삼성화재 측은 “소송은 입장차로 발생하고 최소한 미리 예방해야 한다. 따라서 공탁을 하지 않으면 금액이 과도하게 이자가 붙을 수 있다. 제시한 금액을 안 받아갈 경우 소송에 앞서 공탁을 하는 이유다”라고 해명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 수리비용 지급과 관련해 보험개발원이 제작하는 자동차수리비 견적시스템(AOS)을 적용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2009년 12월 ‘수리비용 입증 책임은 카센터에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이로 인해 손보사들의 정비사업소들에 대한 소송이 빈발하고 있다”며 “정비사업소 측이 패소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승소하는 경우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정비사업소가 보수적으로 청구해도 손보사들이 수리비용 금액을 삭감해 지급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보험개발원 측에서 AOS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해도 현장에서 손보사들은 프로그램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험개발원 측은 손보사와 정비사업소 간 합의를 해야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 측은 “삼성화재는 AOS를 적용하는 동시에 또한 국토교통부에서 공표한 표준 정비수가도 준용하고 있다. 특히 국토부 표준 정비수가를 초과해 정비사업소들이 청구하는 금액들이 과다할 경우 삭감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정비사업소들은 정확한 수리비용 입금 내역을 알기 위해 손해사정내역서를 달라고 하면 삼성화재는 일절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박 아무개 씨는 “타 손보사들은 정비사업소 손해사정내역서 제출 요청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화재의 경우 손해사정내역서를 정비사업소가 알려면 삼성화재가 정비사업소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야 법원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삼성화재 측은 “현행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손해사정내역서를 열람하고 교부받을 수 있는 주체는 계약자, 피보험자, 보험금 청구권자로 정비사업소는 권한을 위임받았을 때에만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배경으로 태극기와 삼성전자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자동차 사고 쌍방과실 건과 관련해 한 손보사가 선 처리하고 타 보험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실례로 지난 2014년 2월 인천 동구에서 발생한 쌍방과실 사고의 경우 A 보험사 80%, 삼성화재 20% 책임을 물게 됐다. A 보험사는 과실 80% 손해사정 지급건과 관련 대부분 항목에서 인정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20% 과실 손해사정지급건과 관련 대부분 불인정했다.
정비사업소들은 이 과정에서도 삼성화재가 임의삭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 아무개 씨는 “손보사가 과실을 불인정하면 정비사업소는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내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에 가입한 자동차 사고는 하루에만 3000~4000건 접수되고 있다. 자동차 정비사업소들은 삼성화재에 가입된 사고 차량이라면 수리비용 삭감부터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삼성화재 측은 “타사에서 처리하는 규정에 따라 해주고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전국 5400개 정비사업소 중 삼성화재 우수협력업소 비중은 18%다. 삼성화재는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에게 우수 협력업소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면서 사고차량까지 입고시키고 있다.
유 씨는 “이렇게 입고되는 비율이 전체 사고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우수협력업소들은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 수익을 내고 있다. 우수협력소가 아니면 치열한 영업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삼성화재는 설비와 기술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우수 협력 정비사업소를 선정하는 것은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