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85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김광현도 에이전트와 함께 협상을 진행한 케이스다. 연합뉴스
현재 프로야구의 에이전트들은 표면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이미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스타플레이어들은 매니지먼트사를 빗댄 에이전트사와 계약을 맺었고, 실제 FA 협상이나 연봉 계약 때 도움을 받기도 했거나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선 선수들이 구단과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고 에이전트를 앞세워 뒤로 숨는다며 볼멘소리가 흘러 나왔다. 즉 에이전트 도입이 확정되기도 전에 구단이 에이전트와 선수 계약 관련 협상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어느 FA 선수는 구단과의 협상 테이블에 에이전트를 내보내기도 했고, 구단은 거부감 없이 선수가 아닌 에이전트와 협상을 벌였고 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SK와 85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김광현도 에이전트와 함께 협상을 진행한 케이스이다. 흥미로운 건 김광현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이가 전 SK 구단 직원 출신이라는 사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아직 에이전트 도입 세칙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자칫 잘못하면 논란으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게 야구인들의 지적이다.
에이전트 도입이 공표되면, 현재 활동 중인 에이전트들의 선수 빼앗기 싸움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기자가 직접 들은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선수 B는 FA를 앞두고 세 군데의 회사와 접촉해선 자신이 FA 계약으로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를 살폈다. 회사들마다 B를 붙잡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B는 그 회사 중에서 가장 많은 액수를 제시한 회사와 손을 잡았고, 실제 비슷한 조건의 FA 계약을 이뤄냈다는 후문이다.
에이전트 회사의 자산은 선수들이다. 연예인 회사처럼 유명한 선수들이 많을수록 인기가 높다. 그렇다보니 유망주가 나타나면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계약금을 내놓진 못해도 선수 관리와 선수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자신의 회사로 와 달라고 선전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회사들은 출혈을 감수하고 용품 선물부터 각종 영양제, 회사의 지원으로 치료를 돕는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나선다. 선수만 이득을 보는 셈이다.
최근 에이전트 회사들은 은퇴한 선수들 중 후배들로부터 존경과 명망이 높은 선수 출신들을 대상으로 영입 경쟁을 벌였다. 즉 회사 임직원으로 뽑은 후 선수들과의 인맥이 두터운 그들에게 스카우트 업무를 맡기는 것이다. 지난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은퇴 후 갤럭시아 SM에 입사,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은 임재철이 그중 한 명이다. 임재철은 야구 사업국 국장을 맡아 많은 선수들과 계약을 체결해냈다. 이종범의 아들이자 넥센 신인 선수인 이정후도 임 국장의 작품이고, 두산 유희관도 임 국장과 손을 잡고 갤럭시아 SM으로 들어갔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