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감독 | ||
기자는 김 감독이 국내 영화계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지난 96년 <악어>로 데뷔하던 시절 인터뷰를 가지면서 그의 과거(?)를 어느 정도 전해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당시의 취재수첩을 꺼내 본다.
1960년 경북 봉화의 산골에서 태어난 그의 실제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해야 맞다. 그가 초등학교 졸업에 그친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그의 나이 9세 때 고향을 떠나 지금의 경기도 고양으로 이사를 했다. 그 이유는 당시 거의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자녀들의 교육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장남(김 감독의 형)이 가출하면서 크게 실망한 아버지는 그 화풀이를 김 감독에게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자주 맞았던 ‘안 좋은 기억’도 이때부터 쌓였다. 때문에 그는 중학교 진학도 정규 학교가 아닌 전수학교로 했다. 그나마 교육은 그것으로 끝이었고, 고등학교 진학도 못한 채 공장에 취직해야 했다.
86년 해병대를 제대한 후에 그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무작정 프랑스로 떠났고 거기서 영화를 만났다. 영화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그는 시나리오에 매달렸고, 귀국한 후 94년에 쓴 <화가와 사형수>가 영화진흥공사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그의 삶도 영화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