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부자학개론’ 강의 개설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서울여대 한동철 교수가 요즘 부자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의 운용 방식이 실제 부자이거나 부자와 관련된 사람들을 강사로 초빙해 직접 강의를 하도록 하는 까닭이다. 물론 모든 섭외는 한 교수가 직접 담당한다. 한 교수와 부자들이 숨바꼭질을 벌이듯 한쪽은 찾고, 반대쪽은 숨기에 바쁜 모습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한 교수는 “부자들이 나서기를 꺼리는 사회, 이것이 부자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현주소”라고 강조했다.
지난 1학기에는 ‘부자 전문 기자’로 알려진 어느 경제일간지의 홍아무개 기자와 W은행 VIP 고객 전문 상담가, 그리고 실제 수십억원의 재산가인 한 직업 여성 등 세 명을 어렵사리 초빙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인 대상은 서울 강남의 부자 사모님들. 이들을 직접 초빙해서 그네들의 삶과 문화를 들려주려 했던 것. 하지만 어렵사리 접촉한 ‘사모님’들은 강의 취지에 대한 설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그나마 겨우 초빙에 성공한 이가 억대 연봉자인 보험설계사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남편의 사업 실패로 본인이 직접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강단에서 가슴 속 이야기까지 꺼내놓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한 교수가 2학기 강의 초빙 강사로 생각하고 있는 다섯 명은 재벌 회장과 강남의 부자 사모님, 그리고 거액의 로또 당첨자와 부자 전문가 두 명이다. 이미 부자 전문가 케이스로는 <한국의 부자들>을 쓴 전 경제부 기자 한상복씨가 지난 9월 강단에 섰다. H은행 도곡동 지점의 VIP고객 구좌만 관리하는 담당자도 흔쾌히 강의에 응했다. 한 교수는 이들을 통해서 그들이 직접 접한 부자들의 문화습관이 간접적으로나마 학생들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부자들의 섭외는 여전히 난관인 상태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한 교수가 공들여 어렵사리 섭외했던 K기업의 S회장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역시 전화 내용은 “부자라는 주제로 직접 강의를 하는 것은 좀 곤란하다”는 완곡한 거절 의사였다.
로또 당첨자 역시 섭외는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 국민은행의 로또복권 담당자는 “당첨자들은 절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기를 꺼려한다”며 한 교수의 제안을 황당해 했다고 한다. 결국 로또복권 담당자를 강사로 초빙해 간접적인 경험담을 듣기로 방향을 수정했다.
한 교수는 “강남의 사모님만큼은 어떻게 하든 꼭 초빙을 하고 싶다. 여대생들에게 그들이 동경하는 부자 여성들의 실제 생활은 어떠한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강남 사모님’이 자신의 신상과 부를 드러내며 강단에 선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만만찮은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