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6일 과기정위 국감장의 임인배 위원장. 연합뉴스 | ||
국감향응 파문은 <동아일보>가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위원장 임인배) 소속 의원들이 피감기관들로부터 한정식집과 단란주점 등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신문에 따르면 과기정위 소속 국회의원 6~7명이 22일 대전에 있는 7개 기관에 대한 국감을 마친 뒤 식사와 술을 대접 받았으며 다시 단란주점에서 수백만 원어치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룸살롱 방식으로 운영되는 단란주점에 갔던 국회의원 중 2명은 술자리가 끝난 뒤 여종업원과 함께 ‘2차’를 나갔다고 보도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이 신문은 또 이날 국감 후 저녁 식사 비용과 술값으로 쓴 비용은 모두 2500만 원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보도 가운데 식사에 관한 내용은 거명된 의원들의 진술이나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진술과도 거의 부합하고 있다.
즉 이날 7개 정부기관의 국정감사를 마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이들을 수행한 보좌관, 국회 입법조사관 등은 오후 7시경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정식집과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며 술잔을 돌렸고 한편에서는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 9시경 식사를 마친 뒤 일부 의원을 포함한 보좌관과 국회 입법조사관 등이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어울려 유성구 유흥가에 있는 3∼5곳의 술집으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 갔으며 이 가운데 임인배(한나라당) 류근찬(국민중심당) 김태환(한나라당) 의원 등 3명은 한정식집에서 가까운 건물 2층의 한 단란주점으로 갔다는 부분까지도 대충 비슷하다. 향응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동아일보>는 이들의 술자리에 피감기관 기관장 4명과 과학기술부 간부 한 명이 동석했으며 여성 접대부 3명도 자리에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단란주점 사장의 말을 인용해 “폭탄주 등을 마신 국회의원 중 일부가 2차를 나가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여종업원과 함께 모텔로 간 국회의원은 2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말은 다르다. 이들에 따르면 인근 유흥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2차로 술을 마신 것이나 이 자리에 일부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찾아와 이들이 먹은 술값을 지불한 것은 맞지만 ‘2차’는 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임인배 위원장이 26일 기자들에게 밝힌 바는 이렇다. 식사 후 자신과 류근찬 김태환 의원이 술집에서 술 한 병과 과일안주를 시켜서 먹고 있는데 어떻게 알고 피감기관장 5명이 와서 합류했으며 류 의원이 ‘피감기관과 술을 먹어서야 되겠냐. 끝내자’고 해서 폭탄주 한잔만 더 마시고 나온 것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여자 문제에 대해서는 “원래 여종업원이 있는 술집이 아닌데 (누군가) 전화로 (도우미들을) 부르는 것 같았다”며 “여종업원 3명이 술자리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 임 위원장 등 과기정위 소속 의원들이 22일 접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의 A 단란주점. | ||
우선 여자 종업원 부분이나 ‘2차’부분은 차치하고라도 “저랑 류근찬, 김태환 의원은 우리끼리 한 잔 하자고 해서 옆에 허름한 술집에 갔다”는 임 위원장의 설명은 “피감기관 관계자가 ‘저녁식사 뒤 갈 룸살롱을 물색하면서, 식당과 거리가 가깝고, 기자들과 피감기관의 직원이 안 오고, 조용하고 후미진 곳에 있는 술집을 선택하라는 지시를 위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 <동아일보> 보도와 아주 다르다.
단란주점을 나온 시간도 다르다. 임 위원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대목을 보면 “그런데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이렇게 만났는데 한잔만 더 하고 헤어지자’고 해서 폭탄주 한 잔씩 더 먹고 나왔다. 류 의원이 나간 뒤 5분 정도 뒤다. 밖으로 나오니 피감기관이 에쿠스인지 차를 대기해놔서 그 차 타고 호텔로 갔다. 밤 10시 이전에 다 끝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스카치블루 양주가 여러 병 들어갔고, 한 사람당 6~7잔의 폭탄주를 마셨으며 술자리가 끝난 시간은 자정”이며 “또 방에서 나온 의원 2명이 술집 바로 옆 모텔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임 위원장은 “모텔이니 성매매니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다만 “술자리에 여종업원 3명이 있었는데, 원래 여종업원 없는 술집인데, 전화로 부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업소 측에서 이른바 ‘보도방’을 통해 접대부들을 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단란주점 측의 주장과도 다르다. 임 위원장 등이 술을 마신 A 단란주점 사장 정 아무개 씨는 <일요신문> 취재에 “그날 저녁 국회의원 등 7~8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가게로 와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들 중 국회의원 2명이 10분 만에 먼저 나가버렸고 나머지 국회의원 한 명도 “시국이 이런데 술을 마실 때가 아니다”라며 가게를 박차고 나갔다고 말했다. 정 씨는 68만 원이 적혀있는 계산서를 보여주며 “이날 국회의원을 포함해 손님 8명이 양주 3병에 맥주 10병을 마셔 나온 계산내역서”라며 “나는 그날 가게에 없었고 마담으로부터 ‘일행 중에 단골로 오던 손님(피감기관 관계자)이 있는데 아무래도 국회의원을 데리고 온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정 사장은 “당일에 접대부는 방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68만 원 술값에 접대부 3명이 말이 되냐”고 주장했다.
정 씨는 <동아일보> 보도와 내용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당초 취재가 자신의 단란주점 이름과 같은 모텔 지하의 B 단란주점을 취재해서 생긴 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B 단란주점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업소는 초라하고 비좁아 10명 이상의 손님을 받을 수 없다. 22일 저녁 국회의원들은 오지 않았고 매상도 서너 팀이 와 30여만 원에 그쳤다”며 “22일 밤 단체손님이 온 기억이 없고 다만 24일과 25일에 의원보좌관이라고 자칭한 3명이 찾아와 술을 마셨고 이들이 엊그제 온 단체손님들이 다음주에 또 올 예정인데 술값이 얼마 정도 되느냐 등을 자세히 캐물어 통상적으로 답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직은 당사자들의 진술 중 상당부분에서 차이를 보여 파장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검찰이 상황 파악에 나섬으로써 국감 향응문제는 당분간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