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라는 말은 지금으로부터 1천3백여 년 전인 749년에 중국의 백장이라는 선사가 했던 ‘명언’이다. 그 뒤 노동현장에서는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원칙으로 이 명언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이 이 유명한 ‘명언’에 걸려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난 직후인 지난 3월3일 ‘위기에 선 한국 보수주의에 미래는 없는지 연구를 하고 실리콘밸리에서 IT산업의 미래도 견학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뒤 미국 스탠포드대학으로 ‘단기 유학’을 떠났다. 그때 그는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왜 미국으로 가야만 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그 이메일에서 “새로운 세기의 전개와 더불어 정치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요구되는데도 무엇을 어떻게 변화해야 좋을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이 나를 엄습했습니다. (중략) 떠나야 했습니다. 새로운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용기가 없어 의원직은 던지지 못하지만 자신과 사회를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통렬하게 적었다.
그 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미국의 IT산업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계속 보내왔다. 그의 이메일을 본 한 정치인은 “그가 미국으로 가기 전에 미리 ‘신고’를 했고, 현지에 가서도 ‘체류기’를 올리는 등 의욕적인 자기 계발에 나섰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포츠활동 때문에 1년에 몇 달을 해외에서 보내는 모 의원이나, 의원외교를 내세워 해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부 의원들이 국회 출석률의 최하위에 처하는 것과 비교해 무엇이 다르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국회가 처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윤리특위의 자정 선언 다음날 모 상임위에 출석한 의원은 고작 한 명이었다. 국민들의 17대 국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마당에 김 의원의 두 달 ‘단기유학’은 애초부터 따가운 시선을 잉태하고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