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이용훈, 조준희, 조무제, 이홍훈 | ||
대법원장은 대법관 13명 전원과 헌법재판관·중앙선거관리위원·국가인권위원·부패방지위원 각각 3명, 공적자금관리위원 1명의 지명권 내지는 추천권을 갖고 있는 등 사법부를 넘어 사회 각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다 보니 법조계뿐만 아니라 각 사회단체들도 자신들이 선호하는 대법원장의 선임을 위해 각종 주장을 ‘백가쟁명’식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민변 등 14개 단체는 지난 7월27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대법관 출신은 수십 년간 관료사회의 타성에 젖어 개혁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법원장 인선 때 제외돼야 한다”며 후임 인사를 놓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지난 1일에는 대한변협이, 2일에는 법원노조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10개 사회단체가 각각 5명의 대법원장 후보를 공개 추천했다. 보수적 단체들은 주로 전·현직 대법관을, 진보적 단체들은 개혁성과 지명도를 함께 갖춘 비대법관 출신 법조인을 내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논란은 법원 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모 부장판사는 시민단체가 대법관 출신 대법원장을 반대하는 성명을 낸 직후 “재야 출신이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언론에 배포하며 반발했다. 이에 의정부지법의 다른 부장판사가 “모 부장판사의 주장은 묵묵히 사법부를 지켜온 수많은 법관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법원노조까지 “사법개혁과 동떨어진 인물이 대법원장이 된다면 출근저지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가세하고 나서 법원 내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신임 대법원장을 지명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성향과 사법개혁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 등을 감안하면 차기 대법원장은 개혁적 인사가 지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파격적인 인사는 법원은 물론 한나라당 등 보수층의 극렬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 무난한 인사가 선택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인사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이용훈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조준희 언론중재위원장, 조무제 동아대 법대 교수, 이홍훈 수원지방법원장 등으로 후보가 압축된 듯하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대법관 출신으로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에 참여했던 이용훈 위원장(63·고등고시 15회), 인권변호사 출신의 조준희 위원장(67·고등고시 11회), ‘청렴 대법관’으로 불렸던 조무제 교수(64·사시 4회) 중 한 명이 지명된다면 법원 안팎에서 큰 분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보적인 판결을 많이 내렸지만 사시 14회로 김영란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현직 대법관들보다 후배인 이홍훈 법원장(59)이 선택된다면 법원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