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한명숙 여성부 장관 취임축하연에 참석한 모습(왼 쪽 두번째). | ||
문 내정자가 “그 사람이라면 그럴 것(완벽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막 웃음이 나왔다”던 그 ‘완벽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문희상 내정자측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예상대로 대답은 “노”였다. 문 내정자측은 “지금 상황에선 절대 그 사람 이름을 밝힐 수 없다. 앞으로도 그와 관련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단단히 벽을 쳤다.
하지만 당시 인선작업에 참여했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아마 이세중 변호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19일 민주당 정대철 최고위원도 몇몇 기자들에게 “딱 한 명의 후보는 이세중 변호사였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총리 물망에 오른 적이 있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보수층을 무마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세중 변호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세중 변호사는 “나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1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여름 총리 청문회 파문 때 간접적으로 총리직에 대한 의사타진을 받은 적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참여하는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온 이세중 변호사. 그는 여전히 도덕성과 개혁성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어 노무현 정권 5년 동안에도 계속 총리후보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가 최근 ‘70명 총리 후보 중 유일하게 한 분이 청문회를 통과할 분’이라고 말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이 변호사가 아닌가.
▲ 아마 내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일 것으로 본다.
─ 혹시 짚이는 사람은.
▲ 글쎄, 그건 내가 알 수 없지(웃음).
─ 지난 여름 총리 청문회 파동 때 총리 제의를 받은 적이 있는지.
▲ 직접 제의를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의사타진 정도 받은 적이 있다. 책임 있는 사람이 ‘만약 총리로 지명하면 받아들일 것인가’라며 문의를 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공식적으로 총리직을 제의 받은 것이 아니라 의중을 떠보는 정도였다.
─ 의사타진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
▲ 밝힐 수가 없다. 하지만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 의사타진을 받고 어떻게 했나.
▲ 나는 그런 자리에 갈 만한 그릇이 못된다고 했다. 내 이름을 그 대상에 넣지 말아 달라고 했다.
─ 혹시 이번에 노무현 당선자로부터도 총리직에 대한 제의를 받은 적은 있나.
▲ 전혀 없었다.
─ 개혁성향이나 도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어 ‘차차기 총리’로 오를 가능성도 있는데.
▲ 아, 그것이야 잘 모르지(웃음).
▲ 고건 총리 지명자 | ||
▲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생각해볼 때 우리 같은 나이든 사람들은 한발 물러나야 하지 않겠나. 유능하고 능력 있는 젊은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야지. 나는 그런 욕심은 없다.
─ 이번 고건 총리 지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고건 총리를 개인적으로 잘 안다. 그만한 인물 고르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잘 선택한 것이다. 행정도 잘 알고 그동안 관료생활을 오래했지만 청렴한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또한 판단력도 빠르고 항상 합리적이고 공정한 행정을 했기 때문에 노무현 당선자가 강력하게 개혁을 추구할 때 행정적으로 개혁을 잘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으론 고건 총리 내정자가 가장 적합하다.
─ 고건 총리 지명자와 특별한 인연이 있나.
▲ 옛날에 같은 동네에 살았다. 지금은 고 지명자가 이사를 했지만 예전에 동숭동에 살 때는 두 집 거리가 1백m도 안돼 서로 잘 알고 지냈다.
─ 고건 총리가 개혁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 지금 상황으로선 ‘노무현-고건 체제’로 팀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좋은 모델이다. 노 당선자는 개혁성향이 강하고 참신성이 있지만 행정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모른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잠깐 지내긴 했지만 여전히 보수계층은 그에 대해 불안감과 의구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을 고 지명자가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노 당선자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고 지명자 같은 사람이 중심을 잡아준다면 안정감 있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 함께 총리 물망에 올랐던 오명, 진념, 김원기씨에 대한 평은.
▲ 개인적으로 세 사람 모두 잘 알지만 지금으로서는 고 지명자가 가장 합리적 선택인 것 같다. 국가운영도 보수와 개혁이 조화를 이룰 때만 더욱 빛이 난다. 그런 점에서 고 지명자가 가장 나은 것 같다.
─ 청문회를 앞두고 고 지명자에 대한 ‘7대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 7대 의혹 부분은 지난 98년 서울시장 선거 때 모두 나온 얘기이고 검증된 사안이다. 서울 시민들은 그런 의혹을 알면서도 선택한 것이다. 장상, 장대환씨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겉모습만 부각됐고 숨겨진 개인의 ‘결함’은 드러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그들은 공개적으로 자질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가 청문회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것이었다. 하지만 고 지명자는 이미 모든 면에서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장상, 장대환씨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본다.
─ 한나라당에서 정치적으로 발목을 잡으면 총리 인준이 쉽지 않을 전망인데.
▲ 한나라당에서도 고 총리 지명자 같은 수준의 사람을 골랐다면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 김대중 정부에 대해 평가한다면.
▲ 김대중 대통령도 초기에는 잘해서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IMF도 훌륭하게 극복하고 남북대화도 큰 물꼬를 트고 잘한 면이 있다. 그런데 정권 말기에 인기가 형편없이 하락한 것은 인사정책 실패에 원인이 있다. 옛날 가신들을 국정에 그대로 끌고 간 것이 잘못이다. 야당 민주화 시절 가신들은 그때 맞는 역할이 있는 것이고 국가 운영은 그 사람들만 가지고 해서는 안되고 더 유능한 인재풀을 활용했어야 했다. 너무 가신 중심의 국정운영을 한 것이 오늘의 실패를 가져왔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 노 당선자도 ‘측근’이 있는데.
▲ 그 사람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YS DJ와 함께 오랫동안 야당생활을 했던 가신이 아니고 노선과 이념이 맞아서 선거운동도 같이 한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인사와 다양한 채널의 언로를 갖는 것이다. 쓴소리를 들어줄 줄 알아야 한다. 달콤한 소리만 들으면 그것은 약이 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병을 깊게 하는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 계속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하겠다.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참여도 하고 조언도 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