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지난 20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주최한 포럼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행사 전날인 19일 김 장관은 강연 원고를 한경연에 보냈다. 처음 만들어져 언론에 배포된 원고의 상당 부분은 재벌, 특히 삼성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최근 몇 년간 보아온 재벌의 행태는 모순 그 자체입니다’, ‘사회적 질서와 법을 어기는 (삼성의) 행태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입니다’ 등의 내용이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이 원고는 예고없이 수정됐다. 한경연측이 “전경련에서의 강연으로는 적절치 않다”며 완곡한 부탁을 해왔기 때문. 김 장관측의 한 관계자는 “한경연의 노성태 원장이 장관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원고 수정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번째 원고에서 삼성 비판 내용은 완전히 빠졌다.
그러나 김 장관의 실제 강연 내용은 이 두 번째 원고와도 사뭇 다른 것이었다. 그는 1시간에 가까운 강연 시간동안 재벌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설명만 했다. 강연 후 ‘원고 누락 경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재벌 문제에 대해선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언론에 보도된 삼성 관련 발언도 질의응답 시간에 이뤄진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 장관의 강연 내용 중 ‘재벌 비판’이 사라진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정·재계 일각에서는 김 장관이 재벌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지난 20일 오후 김 장관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그날의 강연 내용 전문을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전문은 엎치락뒤치락했던 3개의 원고 중 초안, 재벌과 삼성에 대한 ‘무자비한’ 비판이 들어 있는 원고였다. 논란을 잠재우면서도 ‘조용히’ 자신의 재벌관을 분명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