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수행 능력, 미래에 대한 비전 등 대통령감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자신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후보들의 재산과 납세 문제에 민감한 게 사실이다.
최근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두 딸이 억대 예금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이 들끓었던 것처럼, 여차하면 재산과 관련한 시비가 대선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선후보들은 대체 얼마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고, 그들의 부는 과연 투명할까.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유력 대선 후보 6인의 재산 및 납세 내역을 해부해봤다. 단 후보들의 재산내역은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2006년 12월 31일 현재를 기준으로 삼았다.
재산 규모에서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단연 으뜸이다. 최근 대선 후보로 등록하면서 중앙선관위에 본인 및 가족 명의로 신고한 총 재산은 자택과 빌딩, 각종 예금 등을 합쳐 353억 8000여만 원이나 된다.
지난해 8월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직후 ‘서울시보’에 공개된 재산은 179억 원이었으나 이번에 부동산과 상가를 실거래가로 신고하면서 수치상으로는 총 재산액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56억 9000만 원을 신고, 6인의 유력 후보 중 두 번째로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3억 5000여만 원을 신고한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3위. 이 후보는 지난 2002년 대선 출마 당시 12억 85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주택과 부동산 시세가 상승하고 지난 대선 때 신고 대상에서 제외시킨 장남 정연 씨의 재산을 이번에 신고해 총 신고 재산이 크게 늘어났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 정동영 통합민주신당 후보는 각각 11억 9500만 원과 11억 3379만 원을 신고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주요 대선 후보 6명 중 가장 적은 9억 1112만 원을 신고했다.
납세 내역을 보면, 재산 차이가 컸던 이 후보와 문 후보가 지난해 비슷한 액수의 세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지난 2006년 소득세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합해 2억 7395만 원을 납부했고, 올해도 2억 3996만 원을 냈다. 문 후보는 이 후보 납세액보다는 다소 적지만 지난해와 올해 각각 2억 5179만 원과 1억 8764만 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소득세와 재산세의 비중이 엇비슷한 반면 유한킴벌리 회장 출신인 문 후보는 소득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문 후보가 낸 소득세는 2억 4200여 만원이었다.
이회창 후보는 지난해 2195만 원, 올해 464만 원의 세금을 냈고 정동영 후보는 지난해 1157만 원과 올해 121만 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정 후보의 올해 세액이 적은 것은 통일부 장관 퇴임 이후 ‘무직’ 상태를 거쳤기 때문. 지난해 1639만 원을 낸 이인제 후보는 올해 1100만 원을 납부했다.
권영길 후보는 지난해와 올해 소득세와 재산세 등으로 각각 354만 원과 335만 원의 세금을 냈다. 2005년도에는 소득세만 1억 3700여만 원을 냈으나 지난해와 올해 합쳐 소득세 납부액이 10만여 원에 불과해 대조를 이룬다. 권 후보 측은 “2005년 소득세가 크게 늘어난 것은 후보가 소유하던 서울 강남 세곡동 부동산을 처분했기 때문이며 작년과 올해 소득세 합산액이 10만여 원에 불과한 것은 세비 상당액이 특별 당비로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엔 각 후보의 재산 내역을 보다 상세하게 살펴보자. 이명박 후보의 경우, 대지와 건물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본인 명의로 서울 논현동 단독주택과 서초동 영포빌딩 및 대명주빌딩, 양재동 영일빌딩 등 총 4개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단독주택과 빌딩 세 곳의 신고 가액을 합하면 330억 원대에 이른다. 총 재산 신고액의 90%를 넘는 비중이다.
이 후보의 논현동 주택은 원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손님 접대용 영빈관으로 사용하던 곳. 이 후보는 현재 둘째딸 승연 씨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논현동 주택에 대해 건물과 대지를 합쳐 51억 원으로 신고했다. 대신 이 후보는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직후부터 종로구 가회동 한옥을 전세 7억 원에 얻어 거주하고 있다.
이 후보는 서초동 법조타운 내 위치한 영포빌딩과 대명주 빌딩을 118억 8000만 원과 90억 4000만 원, 역시 서초동 법조타운 범주 내에 속한 영일빌딩을 68억 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현 부동산 시세를 감안하면 세 개 빌딩만 최소 430억~450억 원에 이른다는 게 서초동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후보는 이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빌딩에서 ‘짭짤한’ 임대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이 후보 측은 빌딩의 임대 수입을 묻는 <한겨레> 기자의 질문에 “지난해 관리비와 임대료로 11억 600여만 원을 받아, 경비와 세금을 빼고 3억 4000여만 원의 가처분 수입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 임대업자들이 보통 건물과 대지 가격 대비 5~7%가량을 임대료 수익으로 얻는 것과는 달리, 이 후보는 빌딩 시세에 비해 1~2%에 불과한 수익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문 후보는 재산의 절반가량이 주식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목록에 따르면, 총 재산 56억 5300만 원 중 26억 7000여만 원이 본인 및 가족 명의의 주식. 대부분이 삼성전자 주식이다.
문국현 후보의 경우, 재산 공개 이후 본인이 주장해온 깨끗한 이미지에 일정 부분 흠집이 났다. 비정규직인 두 딸이 억대 주식과 예금을 보유한 사실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재산 공개 내역을 통해 큰딸이 삼성전자 주식 320주와 포스코 주식 50주 등 1억 9995만 원의 주식 재산과 9450만 원의 정기예금, 작은 딸이 1억 9616만 원의 주식 재산(삼성전자320주)과 9455만 7000원의 예금 재산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증여세 회피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문 후보는 유가 증권으로 삼성전자 320주(문 후보의 해명대로라면 올 들어 두 딸의 삼성전자 주식 640주까지 넘겨받았다)와 KT 650주, 아비스타 370주와 본인이 근무했던 킴벌리클라크 1만 918주, 그리고 스톡옵션으로 부여된 킴벌리클라크 23만 3302주를 갖고 있다.
일단 주식으로는 크게 재미를 보고 있지 못한 상태다. 문 후보는 삼성전자 주식을 60만 원에서 61만 3000원 사이의 가격에서 매입했으나 현재(2007년 11월 30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56만 50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반면 주당 약 9490원에 매입한 아비스타 주식은 현재 1만 4050원까지 급등해 주당 4500원 정도 차익을 얻고 있다. 주당 약 4만 5000원에 사들인 KT의 주가도 최근 4만 8800원까지 상승했다. 킴벌리클라크 스톡옵션의 경우, 가치를 약 20억 원으로 신고했는데 총 재산 신고액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회창 후보는 본인과 배우자, 그리고 두 아들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이명박 후보의 경우처럼 부동산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자신의 명의로 경기도 화성과 충남 보령 임야 총 5만㎡와 충남 예산 주택, 그리고 용산 동빙고동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신고했다. 신고가액은 약 19억 원.
장남 정연 씨는 성북동 주택(7억 2000만 원)과 보험(2억 2463만 원) 등을, 차남 수연 씨는 용산 서빙고동 아파트(10억 800만 원)와 2800㏄ 체어맨 차량 두 대를 재산으로 신고했다.
특히 수연 씨는 비상장사인 퍼스트스트레티지 법인 주식 5500주도 신고했다. 의류 및 액세서리 관련 도·소매업을 하는 이 회사의 법인등기부에는 대표 이사 없이 수연 씨 부부만이 이사와 감사에 취임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정동영 후보도 건물과 토지가 재산의 거의 전부. 전북 순창의 임야와 전답, 서울 도곡동 아파트, 그리고 서초동과 홍은동 아파트의 전세금 등을 본인 명의 재산으로 신고했다. 6억8000만 원으로 신고한 도곡동 한신아파트는 10억 원 이상으로 시세가 뛰었다. 장남과 차남은 종신보험 외에는 재산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제 후보 역시 강남 자곡동 자택을 부인과 공동으로 소유한 것 외에는 특별한 재산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택은 13억 3000만 원으로 신고했다. 특히 금융 예금이 전혀 없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 이에 대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를 하면서 생긴 채무를 갚느라 예금을 할 여윳돈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오펠엔지니어링’ 주식 7160주(액면가 3580만 원)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 후보 측은 “비상장주식이라 팔고 싶어도 못 팔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권영길 후보는 본인 명의로 된 경남 산청 지역 밭과 일원동 빌라, 경남 창원 상가 전세권과 등을 신고했다. 특히 권 후보는 2억 3000만 원 정도의 은행권 예금을 신고해 눈길을 끌었다. 장남 명의 등촌동 아파트와 모친 명의 일원동 연립주택도 신고됐는데 1억5100만 원으로 신고한 등촌동 아파트의 경우 공교롭게도 시세가 20% 정도 떨어졌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