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코오롱은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켜오고 있다. 지난해 3월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해고 노동자 출신의 현 위원장이 당선되자 선관위원들을 매수해 회의록을 조작, 선거 무효를 만들었다는 논란이 보도되는가 하면 선거 과정에서 사측이 우호·비우호 세력을 구분해 관리한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파행을 겪어왔다.
이 회장의 자택 담을 넘은 노조원들은 2005년 2월 단행한 구조조정에서 부당하게 퇴사당했다고 주장하는 49명의 해고노동자들이다. 이들은 “각 부서에서 인원을 할당해 팀장에게 해고 대상 인원을 추려내라고 요구했고 결국 노동조합 활동에 열성적이었던 직원들 위주로 명단이 짜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8일 구미 공장에서 과천 본사 앞으로 장소를 옮겨 농성을 계속해왔고, 3월 14일에는 본사 로비를 점거하고 이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고노동자들은 급기야 3월 27일 새벽 5시경 서울시 성북동의 이 회장 자택 담을 넘어 들어가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이 회장은 자택 안에 있었으나 이들을 만나러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해고노동자들이 이런 방식을 선택한 데는 4월 3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판결이 임박한 것이 한 이유다. 이미 지난해 9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정리해고 요건이 정당했다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어 중노위에서도 판결이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회장이 해고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강경하게 버티고 있는 것도 중노위의 결정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고노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사측의 선거개입 등에 대해 검찰에 고발한 점을 두고 검찰이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로 나오자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으로 돌변했다. 노조가 회사를 고발한 것은 지난해 10월이지만 검찰이 지난주 이례적으로 압수수색을 한 배경에 대해선 최근 김재록 수사와 관련 6개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검풍’의 영향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김재록 파문이 엉뚱하게 코오롱에 미친 것이라면 이 회장으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셈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