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점의 변수는 차기 대권잠룡들 간의 ‘권력분점’이다. 개헌을 매개로 일부 후보가 차차기로 방향을 전격 선회할 수도 있다. 상상 이상의 정계개편이 임박한 셈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개헌 국민운동체 ‘국민주권개혁회의‘가 오는 22일 출범한다. 이는 ‘제3지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2월 정계개편 첫 발화점은 ‘손학규 발 빅텐트’다. 특히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개헌 국민운동체 ‘국민주권개혁회의’(개혁회의)는 1월 22일 출범한다. 지난해 10월 강진 칩거를 마치고 정계 복귀한 지 3개월여 만에 독자행보에 나서는 셈이다.
이는 ‘제3지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발적으로 흩어진 제3지대 판의 물꼬를 트는 분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연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빅텐트가 가능하다”며 중간지대 플랫폼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곧 판도라 상자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3지대에는 국민의당과 손 전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비문(비문재인)계, 개혁보수신당(가칭),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등 넓은 스펙트럼이 포진해 있다. 국민의당과 손 전 대표는 개혁회의 발족식 이후 통합 작업을 추진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18대 대선 때부터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을 깰 카드로 평가받았던 손·안(손학규·안철수) 연대의 2017년 대선 버전이 임박한 셈이다.
관전 포인트는 ▲개혁회의의 세력화 가능성 ▲국민의당과 개혁회의 간 상처 없는 권력분점 ▲당 대 당 통합 순항 여부다. 세 가지 조건이 순차성을 지닌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세 단계 중 어느 한 군데서라도 막히면 결합의 시너지효과는 없다.
1월 12일 귀국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개혁보수신당 등과의 제3지대 정계개편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당과 개혁회의가 통합에 드라이브를 건다면, 제3지대 정계개편 초반 구도는 ‘보수 성향의 제3지대 파’(반기문·개혁보수신당)와 ‘개혁 성향의 제3지대 파(국민의당과 개혁회의)의 두 축으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과 손 전 대표도 정치적 생명을 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손학규 발 빅텐트’ 전망은 극명하게 갈린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 내 손학규계 등 비문(비문재인)계 10여 명의 ‘선 탈당-후 개혁회의 합류’를 점친다. 이후 ‘개혁회의 법적 정당요건 구성 충족→제3지대 신당 창당→국민의당과 개혁회의 신당 합류’의 3단계 당대당 통합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흡수합당 모양새를 피하려는 개혁회의와 비례대표직 승계와 국고보조금 사수가 불가피한 국민의당이 이해관계가 맞물린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측은 개혁회의가 창당 수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당대당’ 통합 형식을 취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50명 안팎의 제3당이 출범하게 된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개혁회의 세력화 작업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손학규계인 양승조 민주당 의원 등은 명분 등을 이유로 “탈당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 민주당 내 손학규계는 13명 안팎이다. 개혁회의가 정당이 아닌 만큼, 탈당 없이도 손 전 대표를 측면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도 이 같은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재 민주당은 지난 1998년 김대중(DJ)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 이후 최대 지지도(35% 안팎)를 기록 중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1월 4일 이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해당) 관련 의원들에게 전화해보니 보따리 싸는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지자들은 동요하지 말라”고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집단 탈당은 가능성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보따리 싸겠다는 의원한테 직접 들었다”고 맞받아쳤다. 같은 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군불 때면 밥도 익어가더라”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눈여겨볼 대목이다. 1월 말 물꼬를 튼 양측의 통합이 2∼3월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가 2∼3월 빅뱅설을 주장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도 “1월 말 당장 통합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분석가는 양측의 통합 의미에 대해 “안 전 대표가 ‘원 오브 뎀’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정계개편의 2차 발화점은 ‘반기문 변수’다. 반 전 총장은 1월 3일(현지시각) 유엔 사무총장 공관을 떠나면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가급적 광범위한 사람, 그룹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독자적 신당 창당보다는 개혁보수신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분석된다.
다만 귀국과 동시에 제3지대의 특정 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적다. 일단 설 민심을 관망한 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등 메가톤급 변수가 사그라질 때까지 제3지대의 파이를 키우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의 이탈을 꾀하는 한편, 개혁보수신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몸값을 키우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우산론’을 적극 피력, 제3지대 빅텐트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큰 우산 안에 비 패권세력이 단일대오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도 이른바 개헌저지 문건인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에서도 반 전 총장의 최상 선택에 대해 “귀국 뒤 바로 한 정당을 취하지 않고 ‘개혁보수신당+∝’를 구축하고 여기에 국민의당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제3지대론은 파급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제3지대론의 매개는 대선 후 분권형 개헌 추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 투표 실시”라고 적시했다.
현재 반 전 총장 측은 캠프 진용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명박(MB) 정부에서 정책을 도맡았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반기문 캠프에 합류한 데 이어 오피니언 리더 200여 명이 참여한 ‘인망(人望)정책포럼’도 이미 지난해 5월부터 가동된 상태다. MB계 중심의 광화문팀과 김숙 전 유엔대표부 대사 등이 주축이 된 ‘마포팀’의 화학적 결합 여부도 제3지대 정계개편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내부 분열 가능성을 차단하고 대외적으로 중도층 포지셔닝을 통한 제3지대 빅텐트를 실현해낸다면, 이 판의 대권 경쟁은 ‘반기문·손학규·안철수’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 등은 자연스럽게 차차기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진보진영 한 관계자는 “대권 잠룡들이 난립한 제3지대에서 일부가 개헌을 매개로 불출마, 이슈를 빨아들이는 진공상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이번 대선 판의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도 “제3지대 후보들이 불출마 선언을 통한 새로운 후보를 찾기로 양극단을 배제한 제1지대로 가야 한다”며 “이 경우 문 전 대표와 양자 구도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윤지상 언론인
기로에 선 안철수 대권전략 수정할까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정치적 갈림길에 섰다. 개헌 발 제3 지대 정계개편 때문이다. 이는 안 전 대표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우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유엔(UN) 전 사무총장의 양자 구도가 고착된 현재의 판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다. 다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의 합류가 예상되는 ‘중간지대 플랫폼’에서 안 전 대표가 이니셔티브(주도권)를 확보할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상수는 단 하나, 기존 대권플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19대 대선을 향한 안 전 대표의 승부수였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탈당은 일종의 ‘3자 구도 불사론’이었다. 여기엔 호남 내 파다한 친노(친노무현) 비토에 대한 역작용이 ‘안철수 대안론’으로 수렴할 것이란 전략적 판단이 깔렸다. 실제 안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12월 13일 탈당 선언에서 “혈혈단신으로 나서서 정권교체를 이룰 세력을 만들겠다”고 밝힌 뒤 민주당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와 정치적 변곡점마다 정면충돌했다. 최근 결선투표제 대선 전 도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호남을 석권하며 38석을 획득, 안 전 대표의 ‘3자 구도 불사론’은 잭팟을 터트렸다. 20년 만에 3당 구도를 형성한 ‘호남의 맹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호남 천하’는 100일 만에 끝났다. 지난해 7월 30일 홍보비 리베이트 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당은 ‘안철수 사당화’를 비판한 호남파 의원들이 장악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국민의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호남파 주승용 원내대표가 전체 35표 중 23표를 획득, 12표에 그친 안철수계인 김성식 의원을 압도했다. 특히 초선 의원 주축인 안철수계의 10인회 내부에서도 1∼2표가 이탈한 것으로 알려져 안 전 대표가 큰 충격을 빠졌다. 또한 안 전 대표는 주 원내대표의 출마 기자회견(지난해 12월26일 오후 2시)을 몇 시간 남기고 김 의원과의 단일화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칩거에 들어간 안 전 대표는 1월 5일 ‘CES 2017’에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안철수계 의원은 김 의원이 얻은 표에 당원권이 정지된 박선숙·김수민 의원을 포함한 14명 정도다. 제3지대 판이 열리더라도 당내 세력 구축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당 장악에 실기한 것뿐만이 아니다. 각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의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5년 전 설 연휴 전후로 25∼30% 지지도를 기록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호남 지지도 역시 문 전 대표에게 추월당한 지 오래다. 연대 대상자인 손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도 만만치 않다. 당내 호남파가 손 전 대표를 옹립한다면, 당내 경선 돌파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도층을 등에 업은 반 총장의 포지션도 딜레마다. 반 총장이 제3 지대 플랫폼 안에 들어올 경우 세력에선 손 전 대표, 대중 지지도에선 반 총장에게 각각 밀릴 수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안 전 대표의 탈당 및 대선 불출마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안 전 대표 측은 “탈당도 대선 불출마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안 전 대표는 조만간 10인회를 해체하고 정책·홍보·전략기획 중심의 대선 캠프를 조기 가동할 예정이다. 호남파는 배제키로 했다. 궁지에 몰린 안 전 대표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기득권 이상의 불출마에 준하는 자기희생 없이는 제3지대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