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외국인 선수 알렉시 오간도가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 사진은 오간도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뛰던 모습. 연합뉴스
[일요신문] 지난 10일, 한화 이글스가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 알렉시 오간도(34)를 총액 180만 달러에 영입한다고 발표하자, 야구계 전체가 들썩거렸다. 그만큼 ‘빅뉴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간도의 메이저리그 경력만 놓고 본다면 KBO리그 외국인선수 중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오간도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거치며 7년 연속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했고, 통산 283경기에서 503⅓이닝, 33승 18패 평균자책점 3.47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2011년 텍사스 시절, 13승8패, 평균자책점 3.51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힌 적도 있었다. 2014년을 제외하고는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히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렇게 빼어난 성적을 보였던 그가 메이저리그가 아닌 한국으로 방향을 튼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오간도는 최근 3시즌을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뛰었다. 한화도 오간도와 영입 관련 미팅을 가지면서 선발로 뛸 수 있는지를 물었고, 오간도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대답을 내놓았다는 후문이다.
또 한 가지는 오간도의 잦은 부상이다. 오간도가 올스타에 뽑혔던 2011년 이후 팔꿈치와 어깨 부상이 그를 괴롭혔고, 선발에서 불펜으로 내려온 가장 큰 이유도 부상 때문이었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오간도의 등판 간격과 투구수를 조절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오간도가 한화에서 성공하려면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한국 야구에 적응하게끔 배려해주면서 등판 일정에 특히 신경을 써줘야 한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오간도만큼은 자리를 잡고 성공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야구 관계자들은 오간도의 몸값으로 제시된 180만 달러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한 에이전트의 이야기다.
“오간도 급의 선수가 ‘겨우’ 180만 달러라니,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 분명 다른 옵션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요즘 같은 상황에 구단이 일부러 몸값을 적게 발표했을 리가 만무하다. 오간도로선 한국행을 택하며 얻는 부분에 더 큰 의미를 둔 게 아닐까 싶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NC 테임즈가 밀워키와 3년 총액 1600만 달러의 규모로 계약을 체결한 부분이 오간도한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면서 “오간도도 우리와 계약하기 전 한화를 거쳐 간 외국인 선수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모두 긍정적인 얘기를 해준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계약서에 사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테임즈가 KBO리그를 거친 후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몸값을 받아낸 부분을 거론했다.
“테임즈의 성공 사례가 오간도에게 자극을 준 게 분명하다. 그도 한국에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더 발전해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세웠을 것이다. 그만큼 외국인선수들한테 KBO리그는 아주 매력적인 무대가 됐다. 오간도의 영입으로 팀도, 선수도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한편 한화 스카우트팀은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는 오간도의 메디컬 체크를 위해 출국했다.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150km대의 볼을 뿌린 오간도를 직접 확인했던 터라 한화 측은 그의 메디컬 체크 결과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관건은 오간도가 김성근 감독과 어떤 ‘합’을 보이느냐 하는 문제. 김 감독은 오간도를 몸상태에 맞게 기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수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 감독으로선 큰 숙제를 안고 시즌을 준비하는 셈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