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열린 한나라당 정책 토론대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 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서로 날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홍준표 의원도 가세해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홍 의원은 예전 낙동강 옆에서 산 경험을 말하며 대운하가 물을 오염시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홍 의원이 독극물 이야기해서 낙동강 근처 사시는 국민들이 깜짝 놀랐다. 독극물 실은 배는 운하에서 운행할 수 없다”고 홍 의원이 제기한 오염문제를 비껴나갔다. 홍 의원은 “독극물 그건 이혜훈, 유승민 의원이 한 얘기지 나는 독극물 얘기한 적이 없고 사고로 기름이 새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이었다”고 받아쳤다.
홍 의원의 계속된 비판에 이명박 후보는 “지난 2005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거(대운하)야말로 수질을 높이고 보존하는 21세기 미래산업이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던데 오늘은 왜 이러나”라며 섭섭함을 보였다. 홍 의원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쉽게 물러날 홍 의원이 아니었다. “그 때(2005년) 서울시장 나가려고 인터뷰를 많이 했다. 확인해보니 직접 한 거는 아닌 것 같고 서면 인터뷰 같은데 그때야 시장되고 싶어서 시장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랬겠지”라고 응수했다.
홍 의원의 이러한 답변에 웃음이 터졌고 이-박 간의 공방으로 무거워진 토론회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날 토론회에서 그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 이-박 양측을 공격하다보니 정작 자신의 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는 한나라당 경선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흠 없는 서민 대통령’을 외치지만 그의 외침이 어쩐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