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한국기원 2층 기자실에서 취임 1주년을 맞은 양건 기사회장을 만났다. 현재 바둑계에서 진행 중인 여러 가지 쟁점 사안들, 그리고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프로암 바둑리그 이야기 등을 들어봤다.
취임 1년을 맞은 양건 기사회장은 굵직한 사안들이 이어졌던 지난해를 “10년 같은 1년”이었다고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
“굵직한 것만 예를 들어도 알파고의 출현, 이세돌 9단의 기사회 탈퇴 파동, 그리고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분리 등이다. 10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일들이 작년에 한꺼번에 일어났다. 그리고 프로기사회는 저 세 가지 사안 모두에 가장 밀접한 단체 아닌가.”
―이세돌 9단 탈퇴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2월 열린 한국기원 이사회에서 ‘프로기사회와 이세돌·이상훈 9단 형제와 다시 대화하라’고 권고했지만 이후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프로기사회 기금을 투명하게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던데.
“현재 기사회 자체 기금이 68억 원 정도 된다. 지난 수십 년간 기사들이 대국료 공제 등을 통해 확보한 기금이다. 프로기사의 보급 활동 지원, 친목유지 등에 쓰이고 있었는데 형편이 어려운 기사들에게는 은퇴 시 지급될 퇴직금의 한도 내에서 저리로 대출도 해줬었다. 그런데 이것이 대출된 금액이 많고 방만하게 운영된 면이 없지 않아 심플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고심했고 어느 정도 결과를 얻어냈다. 다음 주 있을 기사총회에서 결정될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프로암리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올해 7월 개막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월까지 6개월 간 정규리그 경기와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총 10개 팀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넷마블과 타이젬 외에 내셔널바둑리그 참가 팀인 순천 바둑고, 부산 이붕장학회도 참가를 결정했다. 그 외에 다른 팀도 물밑에서 협상 중이다. 대회 규모는 메인 스폰서 2억 원에 팀당 참가비 2000만 원 등 총 4억 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의 기사회 탈퇴 파동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가운데가 양건 기사회장.
―프로와 아마가 한 팀을 이룬다던데.
“단체전이기 때문에 5명이 경기에 나서지만 후보선수 포함 팀당 6명의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프로 3명, 아마추어 3명으로 구성된다. 프로는 한국바둑리그에 출전하고 있는 40명과 퓨처스리그 선수 24명을 제외한 30명으로 구성된다. 출전 신청이 많을 경우 선발전을 치를 계획이다. 아마추어 역시 내셔널리그에 출전 중인 선수는 뛰기 어려울 것 같다. 일정 상 겹칠 수도 있고, 여기저기 다 출전할 순 없는 일 아닌가. 다만 순천 바둑고나 이붕장학회처럼 내셔널바둑리그에 소속돼 있다하더라도 팀 전체가 프로암리그에 참가하는 것은 가능하다. 또 알파고나 일본의 딥젠고, 중국의 형천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참가를 원하면 출전을 허용할 계획이다.”
―한국바둑리그와 같이 출전선수 5명이 랜덤으로 대결을 벌인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프로와 아마가 같은 조건으로 대국하는 것인가.
“그렇다. 경기 전 오더에 따라 무작위로 대진이 결정되기 때문에 프로와 아마가 같은 조건으로 대국한다. 다만 프로의 경우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에 대결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원하는 기사들만 출전할 것이다. 프로의 경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대국료는 차등을 두어 지급한다. 바둑리그에 비해 경기 수준은 떨어질지 몰라도 프로와 아마가 호선으로 대결한다면 팬들도 관심을 보일 것이다. 흥행을 자신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프로가 6 대 4로 우세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프로가 갖는 부담이 문제가 될 것이다.”
―리그가 많아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전통 기전들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국내 최대 기전으로 출범했던 렛츠런파크배가 1년 만에 중단됐고,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국수전과 명인전도 지난해 열리지 못했다. 프로기사는 신규기전이 생겨야 활력도 생기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는 것인데 전통 있는 기전들이 사라지는 지금의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프로암리그를 기획하게 된 것도 이런 사정의 연장선이었다. 바둑TV도 한국기원에 흡수돼 조직은 더욱 커졌는데 정작 한국기원과 바둑TV에는 기전을 유치하고 유지할 마케팅 전담 팀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누구 혼자 나서서 될 일이 아니기에 바둑계 전체가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