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왼쪽),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 | ||
지난 14일 서울 중구 순화빌딩 1층 오양수산 임시주총장. 오양수산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리 때문인 듯 주총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주주총회는 의결권 집계를 놓고 오양과 사조 측의 약간의 실랑이가 있어 당초 예정시각보다 10여 분 늦게 개회됐다. 의장은 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한 이준범 변호사(오양수산 대표이사직무대행).
이날 주총엔 오양수산 전체 발행 주식 286만 주 가운데 위임장에 의한 대리출석을 포함, 280만 2760주가 출석했다. 출석률 98%. 오양과 사조 양측의 위임장 확보 전쟁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고도 남는 대목이다.
이날 1호 의안이었던 김명환 대표이사 부회장 해임 건은 사조 측이 “이미 법원으로부터 대표이사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진 만큼 자진 철회하겠다”고 밝혀 2호 의안으로 넘어갔다. 2호 의안은 사조 측이 발의한 9명의 신규이사 선임의 건. 한 주주는 “9명의 추가 이사 선임은 너무 많다”며 “6명으로 줄여 달라”고 수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표결에 부쳐졌다.
개표 결과 찬성 145만 9466주로 참석 주식의 52.07%, 전체 발행 주식의 51.03%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사조 측은 기존 오양수산 이사 8명(3명은 직무정지)에 9명을 더 포진시키며 9 대 5로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사조 측 관계자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기존 이사들은 놔두되 김명환 대표이사는 해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총 전 오양과 사조 측은 이미 각자 확보한 주식과 위임장을 집계를 끝내놓고 있었다. 때문에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수비수’ 김명환 부회장은 시종 침통한 표정이었다. 반면 ‘공격수’ 주진우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표결 집계 결과를 기다리며 기자들과 만난 주 회장은 “오양수산을 빨리 정상화시켜 사조산업, 대림수산 등과 함께 세계적인 수산업의 최강자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반면 김 부회장은 그냥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 법원의 직무정지 결정에도 계속 출근해왔다는 김 부회장은 “아직 (고 김성수 회장의 위임장 위조 의혹에 대한) 국립과학연구소 감정결과 등 형사사건이 남아있다”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오양수산의 경영권을 장악한 주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선 “아직 만날 때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주총 폐회 직후 주 회장은 김 부회장이 있는 자리로 가 악수를 청했고 둘은 어색한 악수를 나눴다. ‘처음이자 마지막 악수’가 될 듯하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