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성 고양시장(위 사진 왼쪽)과 대통령 탄핵 인용 뒤 출마 선언하겠다는 허경영 전 총재.
우선 지자체장 출신 마이너 잠룡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성 고양시장은 1월 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에 나타난 촛불민심과 시대정신이 매우 엄정한 데도 여야 대선후보들은 당리당략적 정계개편과 정략적 개헌 논란만 일삼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혁신과 대통합의 돌풍을 일으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최 시장은 최근 야권 주요 인사들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는 탈당설이 일고 있는 김종인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향해 “다른 모든 분들이 탈당해서 제3지대, 4지대, 5지대로 가더라도 김 전 대표만큼은 민주당에서 순교해 달라”고 했다. 문 전 대표를 향해 서는 “높은 지지율과 대세론이 오히려 민주당 집권의 장애물과 덫이 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에서는 ‘최 시장이 존재감 부각을 위해 강경 발언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최 시장 최측근은 “당연히 그런 부분도 있다. 민주당 후보군 중에 광주 출신이 없다. 최 시장이 유일하다. 광주로 내려가서 지역 여론을 들어보면 호응도가 좋다. 중도 낙마 없이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상구 정의당 교육연수단 집행위원회 위원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강 위원장은 여야 잠룡들 중 유일한 ‘40대 기수’다. 그는 1월 24일 “정권을 교체해서 국민을 착취한 특권 세력을 소멸시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강 위원장은 대선 공약으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법행위 수사, 반민주행위자 처벌 특별법 등을 내걸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약 내용은 시원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강 위원장 최측근은 “경제 공약은 실현 가능성을 많이 따져야 하지만 정치 공약은 국민들의 의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있겠지만 촛불민심이 결집한다면 반민주 행위자 처벌 특별법 통과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장성민 전 의원도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장 전 의원은 “보수를 잡지 못하면 집권은 꿈과 같다. 저는 문재인과 안철수보다 보수 진영에서 지지도가 월등한 사람이다. 호남 사람이 영남과 보수의 지지를 받으면 사실상 게임이 종료된 것 아니냐”고 밝혔다. 장 전 의원는 ‘호남대통령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험난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국민의당이 장 전 의원 입당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전 의원은 최근 국민의당 서울시당에 입당원서를 냈지만 국민의당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 대변인은 “장 전 의원이 출판기념회에서 금품살포 의혹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방송을 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서울시당에서 입당자격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문제점을 해명하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장 전 의원 최측근은 “지난해 12월 21일에 이미 입당했다. 국민의당 당규상 입당에 이의가 있을 때 2주 내에 이의를 심사해서 1주일 내 통지하도록 돼있지만 아무런 이의 없이 기간이 지났다. 금품살포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 출판 기념회의 주최자는 출판사였다. 장 전 의원은 연사였기 때문에 아무 관련이 없다. 5·18 폄하 논란도 방통위에서 프로그램 자체가 경고를 받은 것이다. 진행자인 장 전 의원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는 출연자를 적극적으로 제지했다”고 밝혔다.
올드보이들도 절치부심하는 모양새다.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에 이어 이번이 4번째 도전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도 출마를 고심 중이다. 최근 김 전 지사는 “당의 인적청산 당명 개정과 내부적 혁신 등이 조금 더 자리 잡으면 나름대로 결심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동반성장’을 화두로 삼아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총리가 ‘손학규-안철수-정운찬’ 스몰텐트론으로 끝장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와 함께 친박과 친문의 패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제3지대에서 텐트를 치고 세 사람이 개헌을 고리로 합류해 대권에 임한다는 것이 스몰텐트론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스몰텐트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국회 관계자는 “정 전 총리도 손 의장도 대통령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다. 안 전 대표의 들러리나 서주겠다고 나선 것은 아닐 것이다. 경선과정에서 반목하게 될 가능성도 있고 세 사람의 개헌 메시지에는 내용이 없다. 개헌은 세 사람이 강조하고 있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분산 같은 단순한 담론이 아니다. 반 전 총장의 개헌 승부수도 실패했다. 스몰텐트론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는 군소 잠룡군 중에서도 ‘아웃사이더’로 통하는 정치인이다. 1997년과 2007년 대선에 출마한 허 전 총재 역시 ‘벚꽃 대선’을 대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2월 2일 기자와 통화한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전에 출사표 던진 잠룡들은 나중에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미리 상속싸움을 하는 셈이다. 저는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을 한 뒤 대선에 출마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지금 비밀리에 여론조사를 하면 허경영이 1위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허 전 총재는 2007년 17대 대선 출마 당시 황당한 공약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노인수당(65세 이상 매월 50만 원씩 건국수당 지급), 출산수당(출산시 3000만 원 지급) 등의 파격 공약을 제시했다. “제 아이큐 430이다”, “공중부양도 가능하다” 등 엉뚱한 언행으로 화제를 뿌린 허 전 총재는 17대 대선에서 0.4%(9만 6756표)를 얻었다. 그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1년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징역을 마치고 출소한 허 전 총재는 2009년 ‘콜미(Call me)’를 발매하고 가수로 활동했다.
허 전 총재는 탄핵 정국에서 남다른 주목을 받기도 했다. ‘허경영 예언 적중’이란 제목이 달린 영상은 유튜브(Youtube.com)에서 2월 3일 현재 약 32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허 전 총재는 2012년 영상 속에서 “집권 3년차부터 레임덕이 생겨 차기 대선에 들어가는 형국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공약은 하나도 안 지켜지고 촛불집회가 일어난다”고 밝혔다. 영상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누리꾼들은 “진짜 예언자다. 박 대통령이 탄핵되면 허 전 총재를 찍겠다. 100%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까지 맞히면 초능력 수준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