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당선인이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압승’ 축배를 들까. | ||
“어떻게든 공천이라도 받아보려고 몸부림치고는 있다. 그런데 간신히 공천을 받더라도 정작 총선에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힘이 부친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지역구 예비후보의 말이다. 통합신당 내부에 총선 완패의 위기감이 서려있다. 신계륜 사무총장도 얼마전 “한나라당이 전국을 압도하는 현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면 개헌선까지도 확보할 수도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것은 ‘대선 직후 이어진 총선’이라는 점이다. 16대 대선을 제외한다면 대선 직후 치러진 총선은 여당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더구나 지난 17대 대선은 호남과 충청 일부지역을 빼고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압승을 거둔 만큼 이런 추세가 총선으로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각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관심은 오히려 한나라당이 과연 200석을 넘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적인 조짐은 한나라당의 지지도 추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월 2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한 결과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55.4%로 ▲대통합민주신당 10.3% ▲민주노동당 5.8% ▲민주당 2.9% ▲창조한국당 2% ▲자유선진당 1% ▲국민중심당 0.7%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높았다. ‘무응답·지지정당 없음’은 21.9%였다. 앞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월 15~16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52.0%로 통합신당(17.4%)과의 격차를 35%p가량으로 벌린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런 상황 탓에 “결국엔 호남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거나 “50~60석이나 넘기겠느냐”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한귀영 실장은 “이번 총선의 주요 관심 포인트는 야당들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느냐다”라고 단언했다. 다른 전문가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겨레21>이 1월 21~23일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한 총선 예측 조사의 결과를 보면 신당이 얻을 수 있는 의석은 60석 안팎이었다. 신당의 예상 의석으로 가장 낙관적인 예상치는 호남 석권과 수도권 의석 109석 중 38석, 비례대표 의석수의 56석 중 18석 등 최대 96석이었으며 어떤 전문가는 최소 34석도 내다봤다. “한나라당이 최소 몇 석에서 최대 몇 석까지 얻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8명 중 7명이 200석을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총선의 판세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유권자의 반수 이상이 몰려있는 수도권 지역은 그동안 통합신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강세를 보여 온 지역이지만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52.2%의 득표율로 신당의 정동영 후보(29.3%)를 압도했다. 한겨레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한나라당이 109석 중 최소 60~70% 이상을 가져간다는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 1월 11일 리얼미터가 서울의 16개 지역을 골라 실시한 각 지역구 후보자별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이 전승하는 결과가 나왔다. 신당의 대표적인 간판급 의원들인 김근태 임채정 민병두 박영선 의원 등을 상대 후보로 뒀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어서 신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109석 중 10석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명을 질렀다.
▲ 손학규 대통합신당 대표. | ||
상황이 이렇다고 한나라당이 ‘게임 오버’를 선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선과 달리 지역별로 치러지는 총선에서는 후보자들의 개인적 자질, 지역색 등 또 다른 요소들이 작용하는 만큼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거대 여당의 출현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월 27일 조사한 결과도 견제론을 지지한 응답이 47.9%로, 안정론을 지지한 응답(40.4%)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앞서 지난 1월 2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에서 ‘여당이 된 한나라당이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해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54.0%였고, ‘여당의 견제를 위해 과반 이상 확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32.7%에 그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역대 총선에서 제1당이 개헌선을 넘은 전례가 거의 없고 총선 막판으로 갈수록 견제론이 살아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정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갈등의 후유증도 심상치 않다. 공천 경쟁률이 4.8 대 1이나 되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우선 공천 갈등이 재폭발해 낙천자들이 대거 탈당, 무소속이나 자유선진당 등 소속으로 출마할 경우가 큰 변수다. 대운하 건설이나 영어교육 문제를 둘러싼 국민적 논란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명박 특검도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물론 민주당과 통합한 신당이 환골탈태해 유력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고 공천혁명을 이룰 경우 견제론과 맞물려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 신당의 관계자는 “대대적 공천 개혁, 중진정치인의 수도권 출마 등 당 전체의 뼈를 깎는 결단이 중요하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