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동관 대변인, 박영준 비서실 총괄팀장, 최시중 전 선대위 고문, 진수희 의원 | ||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배출한 ‘스타’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아찔한 실수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인수위가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즉각 ‘노무현 대통령에게 충고한다’는 제목의 반박 논평을 냈다. “노 대통령 특유의 오만과 독선의 발로로 보인다”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대변인실에 있던 이 대변인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한다.
“누가 그런 식으로 브리핑을 하라고 했느냐.”
일순간 주변에 있던 대변인실 관계자들은 초긴장 상태로 돌입했고 이 대변인은 대변인실에 딸린 작은 방으로 황급히 들어가 통화 상대자에게 해명하느라 급급했다는 전언이다.
상황을 추리해 보면 노 대통령을 비판하더라도 점잖게 할 것이지 왜 ‘오만 독선’ 같은 강한 단어들을 동원했느냐는 ‘최고위층’의 질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이 대변인의 청와대행이 반쯤 날아가는 듯했지만 다행히 청와대 대변인으로 안착했다.
모든 권력에는 부침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둘러싼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권력의 기류’가 급변한다. 이 대변인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대변인과 달리 한두 번의 실수로 권부에서 멀어져가는 인사들도 있다.
어제까지 ‘핵심 실세’로 통하던 인사들이 권부에서 한발 물러서는가 하면 세간에서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으나 ‘알고 보니 최고 실세’로 급부상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종 하마평을 써야 하는 기자들은 역대 어느 정권교체기보다 많은 ‘오보’를 대량으로 쏟아내고 있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처지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최고의 주목을 받았던 이 당선인의 측근은 단연 정두언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박형준 주호영 의원과 함께 ‘MB 측근 3인방’으로 통했으며 각종 인선안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최고의 실세로 급부상했다. 그에게 줄을 대려는 공무원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과 함께 인수위원 선정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정 의원은 최근 이방호 사무총장과 함께 공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일단 여의도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작업에서는 일단 한발 물러서 있다는 분석이다. 정 의원을 ‘대체’하듯 부상한 인물은 당선인 비서실 박영준 총괄팀장. 김대식 인수위원과 함께 사실상 이 당선인의 외곽조직을 총괄해온 박 팀장은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와 함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머물며 대통령 비서진 인사, 내각 인선, 주요 권력기관 인선 작업을 도맡아 했다.
박 팀장 스스로 “살펴본 이력서가 5000장에 이른다. 이제 이력서만 봐도 지긋지긋할 정도”라고 표현할 정도로 각종 고위직 후보들을 모조리 체크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의원, 최시중 고문 등 ‘캠프의 어른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최고의 자물쇠’라고 불릴 정도로 무거운 입도 장점으로 꼽힌다. 본인은 대구 중·남구 출마를 원하고 있으나 이상득 부의장이 워낙 곁에 두고 싶어 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시중 전 선대위 고문 역시 ‘내공을 가늠키 힘든’ 인사로 꼽힌다. 이 당선인이 특별한 식사 약속이 없을 경우 아무 때고 전화를 해서 ‘약속 없으시면 함께 밥먹자’고 말하는 사람이 두 명 있다. 초대 대통령실장에 내정된 유우익 서울대 교수와 최시중 고문이다. 그만큼 이 당선인이 친형처럼 생각하며 의지하는 사람이 바로 최 고문이다.
대선 직후 일각에서는 ‘나이(1937년생) 등을 감안할 때 요직을 맡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돌았지만 실제 이 당선인이 그에게 갖고 있는 신뢰는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국정원장, 민주평통 부의장, 총리실 산하에 신설될 특임장관에 골고루 거론되더니 최근 들어서는 비례대표 상위순번에 배정될 것이라는 말까지 더해지고 있다.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를 맡은 진수희 의원(비례대표)도 인수위에서 ‘숨은 역량’을 발휘하며 이 당선인의 눈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만복 국정원장의 평양 방문 대화록 유출 사건으로 인수위가 위기를 맞았을 때 재빨리 ‘국정원 측 책임설’을 제기했고 결국 진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판명되면서 이 당선인을 흡족케 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반대로 한때 잘나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물을 먹기 시작한’ 인사들도 적지 않다. 대선 때까지만 해도 핵심측근으로 꼽히던 A 씨는 ‘줏대 없는 행동’으로 이 당선인의 눈 밖에 난 대표적인 케이스.
모 지역구를 노려보라는 ‘상부 지시’를 받았으나 해당 지역에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구를 기웃거렸고, 이마저 여의치 않자 다시 원래의 지역구로 돌아왔으나 이미 상대가 완벽하게 터를 잡고 있는 바람에 다시 공기업 사장직을 노리고 있다. 갈지자 행보에 질린 ‘상부’에서 “다 때려치우라”는 역정을 했다는 후문이다.
B 씨도 한 계단씩 하락하고 있는 추세. 업무 처리 능력과 정세 판단력은 탁월하지만 성격이 워낙 까다로워 결국 이 당선인 핵심 측근들로부터 ‘요주의 인물’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C 씨의 경우 대선 때까지만 해도 이 당선인의 주요 의사결정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거물급으로 통했지만 최근에는 공천도 힘들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부지런하게 일하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이명박 코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특유의 ‘게으름’을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D 씨의 경우도 ‘권력의 금단’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 국정원 등에서 하도 줄을 서댔고 본인 스스로도 ‘야심’을 보이자 주변에서 집중 견제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특히 지금은 ‘오보’로 밝혀졌지만 한때 특정 언론사에만 고위직 인선 관련 정보를 흘려준 것으로 알려져 타사 기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아직까지의 사정만 가지고 이들의 부침이 결정적이라고 단정키는 어렵다. 지금까지 잘나가던 사람도 언제 다시 눈 밖에 날지 알 수 없고 또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무상하며 모든 것이 새옹지마라는 것만이 진실인지 모른다.
이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