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가정에서 혹은 술집에서 TV를 보다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말이다. 이미 이라크 사람들에게 사담 후세인이 자신의 ‘닮은꼴’을 여럿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도 아니다. 이제는 이라크에서 ‘진짜 후세인 맞히기’는 아예 하나의 놀이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실정.
그렇다면 진짜 후세인임을 알 수 있는 증거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진짜는 어느 공식석상이든 어린 아이를 무릎에 앉힌다. 그리고 가슴까지 바짝 끌어안는다. 어린이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순전히 그의 가슴팍에 박힐 총알을 두려워하는 제스처. 이것은 그가 영국 특수부대 출신 보디가드에게 배웠다는 술수다.
어린아이를 보면 저격범도 한 박자 망설이게 되고 그 사이 몸을 피신할 수 있다는 것. 행여 총을 쏘더라도 아이를 방패막이로 삼으면 된다. 끌어안을 때 자신의 심장에 꼭 붙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럼 가짜는? 당연히 진짜 후세인의 충직한 ‘총알받이’이기 때문에 굳이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를 절대권력처럼 즐기는 후세인은 유난히 클로즈업을 좋아한다. 이는 카메라 기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 하지만 가짜는 감히 클로즈업은 꿈도 못꾼다. 후세인과 닮기 위해 한 수십 차례의 성형수술이 금세 드러나기 때문.
▲ 쾌속정을 운전하는 사람이 진짜 후세인이고 나머지 세 명 은 미 정보국이 이글, 호크, 팰콘으로 이름 붙인 가짜 후세 인이다(왼쪽부터). | ||
측근에 따르면 보디가드마다 후세인의 신체부위를 하나씩 맡고 있다고 한다. 키가 2m가 넘는 보디가드는 ‘후세인의 머리’를 맡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가짜일 경우 보디가드의 자세에도 ‘해이함’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심지어 시시덕거리며 잡담을 주고받는다면 100% 가짜.
최근 독일 제2공영방송 ZDF는 ‘하이테크 얼굴 감식가’에게 직접 이를 의뢰했다. 1988년부터 올 9월까지 사담 후세인이 참석한 공식석상 비디오 테이프를 감식 의뢰한 것.
그 결과는 놀라웠다. 98년 이후로 사담 후세인이 직접 공식석상에 참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것. 즉 사담 후세인이 건강한지 여부는 측근들 이외에는 알 수가 없다. 후세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극비로 붙여지고 있는 상태. 9·11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만큼 찾기 어려운 존재다.
감식의 기본전제는 ‘얼굴을 성형수술해도 머리의 크기와 길이는 변함이 없다’였다. 각각의 비디오 테이프를 확대해 얼굴의 크기와 길이를 쟀더니 총 세 명의 가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 가짜 후세인 | ||
후세인 닮은꼴들은 ‘통과의례’를 거친 전사다. 닮은꼴로 뽑힌 날 이들은 ‘피의 맹세’를 하러 이라크의 티그리스강으로 간다. 여기서 강에 대고 후세인 대신 총알세례를 받을 마음의 각오가 되어있다는 서약을 한다.
그리고 수십 번의 성형수술도 각오해야 한다. 아무리 닮았어도 쌍둥이가 아닌 다음에야 다른 점이 보이기 마련. 신체의 미세한 특징도 후세인과 같게 바꾼다. 그리고 공식석상에 나가기 전에 이라크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얼굴을 만든다. 극소한 차이도 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이 닿으면 마술처럼 사라진다고 한다. 과연 우리가 TV에서 보는 후세인은 진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