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더 영화 같은 상황에서 영화가 나아갈 길은 있는 것일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미국 워싱턴 무차별 저격사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범인은 살인을 거듭하고 주민들은 두려워 밤잠도 설치는 영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무차별 저격사건과 흡사한 영화
가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문제의 영화는 홍보회사 임원인 콜린 패럴이 길가의 공중전화 부스에서 저격수인 키퍼 서덜랜드의 저격 목표가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가 현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저격수가 처벌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고른다는 점뿐. 관객들의 거부감을 우려한 제작사측은 영화 는 영화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뜻을 밝혔다. 이는 지난 9·11테러 때 영화 <콜래트럴 데미지>가 개봉을 연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영화설정과 현실이 똑같이 맞아 떨어질 줄 문제의 영화 시나리오 작가 래리 코언은 꿈도 못꿨다고 한다. 그만큼 그가 시나리오를 집필하던 3년 전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 속의 산물’이었기 때문. 하지만 영화 개봉 전에 사건이 발생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그는 자신의 영화를 보고 모방했다면 죄책감에 시달렸을 거라고 말한다.
사실 영화 를 들여다보면 제작 초기부터 운이 지독히도 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감독 선정이란 첫 출발부터 여의치 않았다. <진주만>의 감독 마이클 베이와, 알렌·앨버트 형제가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몇 년이 걸려 지금의 감독 조엘 슈마허가 메가폰을 잡았다. 캐스팅 역시 순탄치 않았다. 초기 멤버로 <맨 인 블랙> 스타 윌 스미스가 들어가 있었지만 곧 도중하차했고 짐 캐리와의 계약도 백지화가 되었다. 개봉을 앞두고 무차별 살인이 소재로 한다고 개봉이 연기된 것은 그의 ‘악재’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니 조엘 슈마허가 “늦더라도 꼭 개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새삼스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찍은 영화인만큼 애착이 가는 탓이다.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