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꾸리고 대회를 준비중인 김인식 야구대표팀 감독. 사진=KBO 공식 페이스북
[일요신문] 3월 6일 시작되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오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4개 조로 나뉘어 치러지는 1라운드에서 대한민국이 속한 A조의 경기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기에 더욱 국내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도 지난 12일 일본 오키나와에 집결해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A조 상대국인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의 전력을 짚어 봤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김인식 감독은 지난 11일 WBC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A조 상대팀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김 감독은 네덜란드를 “가장 경계해야 할 강적”, 이스라엘은 “생소한 팀”으로 꼽았다. 양국은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다수 합류시켜 이번 대회에 임한다.
# 올스타급 내야진으로 ‘AGAIN 2013‘ 꿈꾸는 네덜란드
김인식 감독의 말대로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3년 열린 3회 WBC에서도 네덜란드와 1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편성돼 맞붙은 바 있다. 한국은 대만, 네덜란드와 2승 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팀 퀄리티밸런스((득점÷공격이닝)-(실점÷수비이닝))에서 밀려 3위로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국의 탈락은 ‘야구 변방’으로 평가받던 네덜란드에게 당한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네덜란드는 방심하고 있던 한국에 5-0 영봉패를 안겼다.
네덜란드는 자국 내 세미프로리그가 운영돼 야구 선수로서 생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퀴라소 출신 선수들이 전력의 주축을 이룬다. 퀴라소는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 등 야구 강국이 몰린 카리브 해 연안에 위치한 네덜란드령 섬이다.
2013년 대한민국에 ‘대만 참사’의 충격을 안긴 네덜란드 대표팀의 유망주들은 4년이 지난 현재 빅리거로 성장했다. 지난 대회에 이어 안드렐톤 시몬스, 젠더 보가츠, 조나단 스쿱 등이 참가하는 내야진은 단순히 ‘메이저 급’을 넘어서 올스타 수준이다.
2013년과 2014년 유격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연이어 수상한 안드렐톤 시몬스는 지난해 타율 0.281로 타격에서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유격수 잰더 보가츠는 2015년 실버슬러거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수비력이 더 좋은 시몬스에 유격수 자리를 내주고 3루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볼티모어에서 뛰고 있는 김현수의 팀 동료 조나단 스쿱도 2회 연속 대회에 참가한다.
이들 외에도 뉴욕 양키스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 텍사스 레인저스 3루수 주릭슨 프로파도 팀에 합류했다. 내야수 명단만으로도 막강한 전력을 구축한 네덜란드다.
외야에는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거포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버틴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소속 발렌틴은 지난 2013년 기존 이승엽의 아시아 최다 홈런 기록 56개를 넘어서 한 시즌 60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발렌틴은 그 해 홈런 신기록과 함께 3년 연속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삼성에서도 활약했던 네덜란드 투수 릭 밴덴헐크. 사진=KBS N SPORTS 중계화면 캡처.
# 유대계 빅리거 합류로 반전 노리는 이스라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주도하는 대회인 WBC는 조부모 국적까지도 인정된다. 이에 이스라엘 대표팀을 꾸리는 데 있어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유대계 선수가 얼마나 출전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MLB 내 유대계 선수가 최약체로 꼽히던 이스라엘 대표팀에 대거 합류한다면 막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보다는 유대계 선수의 합류가 불발됐다. 이스라엘은 전성기에서는 다소 벗어나있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그럼에도 현재 전성기급 선수는 아니지만 전·현직 빅리거들이 합류했다. 이들의 사이사이에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엔트리를 채웠다.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들에 대한 전력 분석이 이스라엘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네덜란드는 상당부분 파악이 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은 본인도 ‘생소한 팀’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스라엘 에이스 투수로 평가 받는 제이슨 마키. 사진=신시내티 레즈 공식 홈페이지
메이저 통산 539경기에 나선 좌완 불펜 크레익 브레슬로우에도 눈길이 간다. 그는 지난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61경기에 나서 평균자책 1.18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 밖에 딜런 엑설로드, 조시 제이드 등 메이저리그 경험자들이 즐비하다. 2009년 17승 8패로 특급 활약을 펼쳤던 우완 스콧 펠드먼은 예비 명단에만 포함돼 1라운드에는 나서지 않는다.
야수 경계대상 1호는 아이크 데이비스다. 지난 1월 LA 다저스와 계약한 데이비스는 2012년 32홈런을 기록한 거포형 1루수다. 이후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장타력을 갖춘 타자는 WBC와 같은 단기전에서 항상 경계해야 한다. 현역 빅리거 내야수 제이슨 킵니스와 대니 발렌시아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한국에 호재다. 외야에선 샘 펄드가 풍부한 메이저 경험을 자랑한다. 그는 타격은 뛰어나지 않지만 빠른 발을 바탕으로 주루 플레이에 능하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선수 중 한명이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네덜란드에 대해서는 “현역 메이저리거와 일본 톱급 선수가 모두 합류해서 강력하다”며 “지난 대회에서 한국과의 인연도 있는데 이번에 우리와 조 1, 2위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스라엘은 대표로 유력시되던 선수들이 빠지면서 예상보다는 강하지 않다. 관록이 있는 투수인 제이슨 마퀴가 있지만 한국전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스라엘도 야구를 하나’ 생각할 정도로 무시할 전력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민 위원은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이 2라운드 진출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번 대표팀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국내 프로야구가 성장해 야구 수준이 높다. 한 팀으로 붙으면 어느 팀과 붙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면서 “투구 수 제한이 있는 대회 규칙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김인식 감독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2017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최종 엔트리 # 네덜란드 투수 : 릭 밴덴헐크, 마이크 볼센브록, 로비 코르데먼, 톰 데 블럭, 라스 후이어, 디에고마르 막스웰, 쉐이런 마르티스, 짐 플로거, 톰 스티베르겐, 후안 카를로 설배런, 록 반 밀, 올랜도 인테마 포수 : 션 자가라, 리카르도 다센코 내야수 : 안드렐톤 시몬스, 잰더 보가츠, 조나단 스쿱, 디디 그레고리우스, 주릭슨 프로파, 오렌델 드 카스터, 새런 스쿱, 커트 스미스, 드웨인 캠프 외야수 : 블라디미르 발렌틴, 카일런 샘스, 랜돌프 오두버, 크리스토퍼 가리아 # 이스라엘 투수 : 제이슨 마키, 크레익 브레슬로우, 딜런 엑설로드, 조시 제이드, 코리베이커, 제레미 블레이치 , 대니 버라와, 게이브 크라머, 타일러 헤론, 제이크 칼리시, 알렉스 카츠, 딘 크라머, 트로이 네이먼, R.C 오를랑, 조이 와그만, 슐로모 리페츠, 포수 : 닉 리클레스, 라이언 라반웨이 내야수 : 아이크 데이비스, 네이트 프라이먼, 타이 켈리, 타일러 크리거, 코디 데커, 스캇 버참 외야수 : 샘 펄드, 믈레이크 게일런, 마이크 메어스, 잭 보렌스테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