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엘튼 존과 함께 팝음악계 최고의 ‘피아노 맨’으로 불리는 미국의 빌리 조엘. 데뷔곡 ‘Piano man’을 비롯해, ‘Honesty’ ‘The stranger’ ‘Uptown girl’ 등 히트곡을 탄생시켰던 그가 90년대 말 부진에도 불구하고 다시 팝음악계 전면으로 부각된 것은, 지난해 9월11일 뉴욕 테러 사건 때문. 뉴욕의 토박이로 유명한 그가 각종 자선행사 무대에 올라 그의 애향가인 ‘New York State of my mind’를 노래하며 미국민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상승 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뉴스가 바로 그의 알코올 중독설이다. 올해 53세인 그는 마치 60세의 노인을 연상시키듯 몸이 비대해진데다 얼굴은 항상 불그스레한 모습이다.
얼마 전, 알코올중독 재활센터에서 한동안 치료를 받은 적도 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는 게 주변인들의 증언이다. 엘튼 존과 함께 투어를 하면서 음정박자가 전혀 맞지 않는 노래와 흐트러진 피아노 연주를 했던 것도 알코올 중독의 후유증 때문이라는 것. “공연 연습실에서 빌리 조엘이 노래 한 곡을 시작하기 전 레드 와인을, 한 곡을 마친 뒤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마시는 게 예사”라는 소문도 있다.
‘록큰롤 명예의 전당’에까지 올라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듯한 그가 왜 술로 인생을 낭비하게 된 걸까? 그가 너무나 기나긴 ‘홀로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빌리 조엘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가끔 홀로 잠을 청하거나 식사를 할 때면, 지금까지 왜 내가 남은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여자를 찾지 못했을까 후회가 듭니다. 명예나 돈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항상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제 자신이 정말 초라하게 느껴져요”라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24일에는, 그의 곡들이 연주되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의 시사회 쇼가 있었다. 이 쇼에 그는 17살 난 딸과 함께 팔짱을 끼고 나란히 등장해 주위의 따뜻한 시선을 받았다. “아빠의 음악이 브로드웨이에서도 연주된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라며 안고 있던 팔에 힘을 꼭 주는 딸을 바라보며 빌리 조엘은 오랜 만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하루 빨리 나쁜 버릇을 떨쳐버리고 다시 음악으로 팬들을 감동시키는 그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