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톤 대형펌프카의 모습. 유류 등 기타 장비를 포함하면 60톤의 중량이다.
[부산=일요신문] 하호선 기자 = 분리운송하지 않아 총중량 40톤을 넘긴 ‘55톤 대형펌프카’가 도로를 파손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40톤을 초과하는 건설장비들의 도로통행으로 인해 생긴 도로파손 문제는 탁상행정식의 허가(형식승인)에 따른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단속마저 허술해 이들 대형 차량 때문에 발생하는 도로파손과 안전사고의 위협은 국민의 생명은 물론 엄청난 혈세가 도로복구에 투입돼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이렇듯 허술한 형식승인에 대해 손 놓고 있는 사이 오히려 이들 초대형 건설장비들의 생산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란 데 있다.
현재 3년 전 등장한 K모 중공업의 ‘55톤 대형펌프카’는 물론 E모, J모 중공업 등도 도로를 달릴 수 없는 총중량(40톤)을 초과하는 ‘43.5톤 대형펌프카’를 생산하는 등 대형건설기계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앞 다투어 차량생산에 나서고 있다.
이런 차량들이 허가가 나는 이유는 정부의 ‘분리운송조건’이라는 허술한 승인제도와 허가 이후에도 인력부족을 내세워 느슨한 단속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취재결과 이에 대한 허가기관(도로안전공단)이나 관리 책임기관(국토교통부), 단속기관(지자체)들 모두 ‘네 탓’ 공방만 하는 실정이다. 아예 ‘책임회피성’으로 ‘법대로 했을 뿐’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해마다 과적 차량으로 인한 파손된 도로의 복구비로 수백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의 혈세가 정부의 허술한 허가조건으로 그만큼 새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과적에 대한 24시간 단속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건설현장에서는 허술한 법을 이용해(분리운송조건) 허가를 얻고 있다.
또한 차량이 생산되면, 이를 구입한 사업자들이 정부의 과적 단속 대응을 비웃으며 심야에 각 현장으로 돌아다닌다.
행여 과적에 대한 시민들의 신고가 있어 단속될 경우 ‘재수 없는 날’로 생각해 과태료(150만원)만 내고 다시 숨바꼭질 운행을 계속한다.
55톤 대형펌프카 제원표. 한눈에도 차량의 무게가 엄청나게 느껴진다.
55톤을 비롯한 대형 펌프카들의 허가조건인 ‘분리운송조건’은 애초에 실천할 수도 실천할 생각도 없는 상태에서 차량이 만들어지고 팔려나간다.
분리운송조건이란 대형 건설기계차량에 설치된 구조물들을 하나하나를 분리해 트레일러 또는 화물차에 싣고 도로를 운송하고, 목적지에서 다시 조립해 사용하겠다는 조건으로 허가받아 판매 운행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들 장비의 분해 조립은 시간과 비용, 여기에 안전사고 발생도 간과할 수 없다.
이들 장비가 대부분 유압식인 관계로 유압유(기름) 유출이 일어나고, 차량 핵심부품에 대한 빈번한 분해 조립으로 수명 감소나 성능 저하 때문에 현장에서는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수익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준비과정의 비용이 더 많은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된다.
때문에 ‘분리운송’은 허가 받을 때나 필요하지 그 이후에는 깡그리 무시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허가권자인 교통안전공단 건설기계 담당자는 “도로교통법에 위배되는 총중량(40톤) 초과 건설기계들 가운데 ‘분리운송조건’으로 허가받은 기중기 장비가 있기 때문에 ‘대형펌프카’만 제외할 수 없다”면서 “55톤과 43.5톤 대형 펌프카도 기중기와 마찬가지로 도로를 운행할 때에는 분리해서 다녀야 한다는 조건으로 승인한 것이다. 이후 사용자가 저지르는 불법에 대해서는 과적단속권이 있는 부처의 문제”라고 말했다.
풀이하자면 허가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아울러 이러한 차량들에 대한 형식승인(허가) 취소에 관해 이 관계자는 “자동차가 사고 많이 난다고 자동차 만들지 말자는 것과 같다”면서 “분리운송을 안하는 것은 오로지 차량 사용자의 잘못이고, 단속하는 곳(국토부나 지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허가 사항인 우리(교통안전공단)와는 전혀 상관없으며 취소하기도 어렵다. 만일 상급기관인 국토부에서 승인불가 지침이 내려온다면 그때 가서 검토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상급 기관인 국토부 관계자는 “법대로(분리운송조건)형식승인이 났을 것이고, 우리 담당업무도 아니다. 이후 문제(과적)가 있으면 처벌은 경찰이 과태료는 지자체가 하면 될 것”이라며 전혀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이러한(도로파손) 문제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단속을 주 업무로 하는 진영국도사무소 관계자는 “신고가 있기 전에는 단속이 어렵다”며 인력부족해서라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이렇듯 도로파손으로 인한 국민혈세를 갉아먹는 ‘55톤과 43.5톤 대형펌프카’를 단지 ‘분리운송조건’이라는 허술한 ‘만능법’(취재자주)을 적용해 허가를 해주고 이후 불법운행에 대해서는 서로 ‘네 탓’이나 ‘인력부족’만 내세워 도로를 파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렇게 파손된 도로는 한해 수천 억 원의 도로보수·유지비용 예산이 들고 이를 국민들 혈세로 쏟아 붓고 있는 악순환을 해마다 거듭되는 동안 ‘55톤과 43.5톤의 대형펌프카’를 비롯한 총중량(40톤) 초과 대형건설기계들은 심야를 틈타 도로 위를 활개를 치며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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