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 물갈이로 인한 통합민주당의 쇄신작업은 호남 지역 민심으로부터도 호응을 받고 있다. | ||
이번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의 대대적인 호남지역 물갈이가 단행된다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은 그동안 갖고 있던 정치적 상징성의 의미를 새로이 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가에서는 나오고 있다.
이미 금고 이상 형 확정자 공천 배제 방침으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공천 쿠데타’가 신호탄을 울리면서 ‘호남 물갈이’가 통합민주당 공천의 화두로 부상했다. 이미 호남 현역 30% 물갈이를 공언한 박 위원장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심위의 결정이 여론의 호응을 받으면서 ‘공천 혁명’이 완성되려면 호남 물갈이가 필요조건이라는 소리도 당 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일로 민주당이 호남에서 2∼3석 정도 잃을 수는 있지만 전의를 상실했던 수도권에서 싸움을 해 볼 만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호남 물갈이 폭은 당초 예고된 30%에서 50%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지역에서는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홍업 의원이 공천 심사 대상에서 탈락하면서 호남은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그야말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호남의 민심은 대체적으로 이런 변화에 긍정적이다. 호남에서 통합민주당 공천을 받는 것이 곧 당선이라는 상황에서 과거에 안주한 현역 의원들이 또다시 모습을 드러낼 경우 호남 민심도 고개를 돌릴 것이라는 말도 호남 지역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전면적인 개혁만이 호남 민심을 되돌릴 수 있고 또 전국적으로도 통합민주당의 개혁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역 의원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거부감은 다른 곳보다 더 심하다. 한 신문이 3월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역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호남의 경우가 31.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가운데 박재승 위원장도 6일 SBS에 출연, “호남의 변화가 민주당의 변화를 상징한다”며 “호남에서 변화는 다른 지역보다 더 엄격한 결과를 낳을 것” 이라고 말했다.
공심위 대변인 박경철 간사는 “호남에서는 예외 없이 1차 관문에서 현역의원 30%를 탈락시키는 것이 확실하다”며 “목표치가 아니라 아예 심사 대상조차 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해 박 위원장의 말을 뒷받침했다. 이런 호언대로라면 현역 탈락률 30%만 반영해도 전북의 경우 현역의원 11명 중 3명, 광주·전남의 경우 19명 중 6명이 탈락 대상이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반발도 거센 것이 사실이다. 당장 공천 탈락 예상자인 박지원 전 실장과 김홍업 의원의 반발이 문제다. 호남은 누가 뭐래도 DJ의 정치적 고향인 만큼 DJ의 의향이 절대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공심위의 결정 이후 DJ의 주변에서는 “설마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분노감을 감추지 않았다. 통합민주당의 한 ‘비DJ계’ 인사도 “당의 쇄신과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호평하면서도 “DJ 쪽 인사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일 DJ쪽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경우 호남 민심이 양분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쉽게 입을 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탈락자들이 느끼는 ‘정치적인 억울함’이나 ‘부당함’을 넘어서 개혁이라는 명제를 부인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DJ의 지나친 현실 정치 개입이 ‘호남 물갈이’를 자초한 것”이라는 평가를 하는 이들도 없지 않은 상황이어서 쉽게 반응을 나타내기도 어려운 처지다.
현재로서는 호남 물갈이를 시작으로한 통합민주당의 공천혁명은 호남 지역 민심으로부터도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번 공천 혁명이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호남도 지역색을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