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한 줄 알아야지!” 3개월 전 가까스로 지옥에서 탈출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안정을 취하고 있는 다이아나(17)는 주위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거리를 걸어다닐 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자신을 이렇게 비웃는 것 같아 이제는 외출도 꺼린 채 집안에 틀어박혀 보내는 날이 허다하다.
바에서 몸을 팔아 버는 돈은 고스란히 사장의 손으로 넘어갔으며, 매일같이 이어지는 구타와 성폭력으로 몸 성할 날이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 보스니아까지 건너가 몸을 팔게 된 것은 인신매매단의 속임수에 감쪽같이 넘어간 탓이었다. 가난한 가정에 보탬이 되고자 무작정 일자리를 찾아 수도인 키시네브로 올라왔지만 순진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사악한 인신매매단의 유혹뿐이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한 여성이 그녀에게 귀가 솔깃할 만한 제안을 하나 해왔다. “이탈리아의 한 레스토랑에 종업원 자리가 하나 있는데 연결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또래의 많은 소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유럽 등지에 나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그녀는 낯선 여성의 이런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며칠 후 이탈리아가 아닌 코소보의 한 허름한 바에 도착한 그녀는 자신의 몸을 요구하는 포주의 말을 듣고는 뒤늦게 일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렇게 1천5백달러(약 1백80만원)의 헐값으로 팔려간 후 몸을 팔면서 생활하길 2년 정도.
일하던 바가 망하는 통에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오게 된 그녀는 현재 국제이주기구(IOM)의 도움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다이아나처럼 이렇게 멋모르고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고 마는 동유럽 여성들은 매년 17만5천 명 정도. 이 중 약 12만 명은 대부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등 서유럽으로 팔려 가고 있으며, 극히 일부분인 1백30명만이 매년 인터폴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인신매매단에 의해 가장 많이 팔려가는 여성들은 단연 몰도바 공화국 출신의 여성들. 무엇보다도 나라 자체가 빈곤하고 궁핍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전체 인구의 60%가 최저 생활마저 보장되지 않은 극빈자들이며, 대부분은 목표 없이 그저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며 생활하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또한 결손 가정이나 부모의 폭력을 피해 도망 나온 소녀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처지라 이런 유혹에 더 쉽게 넘어가게 된다고 한다.
현재 수도 키시네브에는 이런 여성들을 위해 국제이주기구(IOM)에서 마련한 재활치료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스스로 이곳을 찾는 여성들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그 날의 상처를 이야기로써 풀기보다는 차라리 ‘숨어 지내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