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걱정대로 이제 아프리카대륙에서 ‘아기 코끼리의 걸음마’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UN 멸종위기동물보호대책협의회는 지난 12일 남아프리카의 일부국가가 코끼리의 상아를 파는 것을 허용하는 안을 3분의 2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 15일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열린 회의에서 추인되었다. 밀렵꾼들에게서 압수해 보관중인 상아를 매매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그동안의 전면금지 원칙을 크게 뒤집은 것이다.
국제적으로 전면금지된 코끼리 상아를 팔 수 있는 공식적 권한을 이번에 얻은 국가는 보츠와나,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 국가이다. UN이 이들 국가들에 허용한 상아의 거래량은 모두 60톤. 이는 약 6백만달러에 달하는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UN이 나서서 상아의 거래를 전면금지한 것은 지난 1989년이었다. 그 훨씬 이전인 1973년만 해도 아프리카 동부에만 16만7천 마리의 코끼리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상아거래를 금지시키기 직전에는 무차별적인 밀렵 때문에 1만6천 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후로 2만7천 마리로 그 숫자가 늘어났지만 옛 상태로의 복원은 요원한 일이었다.
상아거래 금지 이후에 시간이 흐르면서 갖가지 명목으로 규제가 완화되어 코끼리의 수난은 다시 심각해졌다. 귀해진 상아의 가격만큼 밀렵꾼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밀렵이 가장 심했던 나라는 케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말리아 정부가 사실상 통제권을 발휘하지 못해 상아를 이곳으로 빼돌리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올해 케냐에서 밀렵꾼에 의해 목숨을 잃은 코끼리가 80마리에 이르렀을 정도.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50마리에 비해 엄청 높아진 수치다.
케냐의 야생동물보호소는 지금 약 27톤 정도의 상아를 보관하고 있다. 모두 적발된 밀렵꾼들로부터 압수를 한 것이다. 가격으로 치면 4백만달러 정도. UN이 13년 만에 코끼리 보호문제에 대해서 한발짝 물러선 이유는 아프리카국가들의 조직적인 압력 때문이다.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아프리카 남부국가에 코끼리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 코끼리들이 전역에 퍼져 있기 때문에 밀렵을 방지하기 위해 순찰을 도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사정 설명이었다. 이들은 상아거래를 제한적으로나마 합법화해야 코끼리의 번식을 알맞게 제어할 수 있다며 그동안 끈질기게 읍소작전을 펼쳐왔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60톤이라는 선물을 받아 낸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수치가 해마다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전세계의 동물보호론자들은 UN의 이번 결정이 코끼리는 물론 ‘동물의 왕국’ 전반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