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 | ||
특히 영남권 공천 결과 현역 의원이 43%나 교체되는 과정에서 개별 지역구에 대한 심사보다는 한 지역을 놓고 각 계파별로 숫자를 맞추는 ‘패키지 딜’ 방식으로 공천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돌았다.
대체 이번 공천심사에서 공천신청자들의 운명을 가른 ‘상대 변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생존자’와 ‘탈락자’들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뒷얘기들을 들여다봤다.
이번 공천의 최대 화제는 단연 당 대변인인 나경원 의원의 거취 문제였다. ‘국민 누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나 대변인의 행보에 따라 서울 지역 전체 ‘판짜기’의 모습이 요동을 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나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던 송파 병 지역구에는 ‘터줏대감’인 이원창 전 의원과 이계경 현 의원(비례대표) 등이 경합을 벌였다. 이계경 의원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 측의, 나 의원은 강재섭 대표 측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나경원 대변인의 공천은 ‘이재오 대 강재섭’의 자존심 대결로 비화됐고 결국 ‘워낙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나경원 의원은 다른 지역으로 전략공천해도 된다’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나 의원의 지역구는 중구로 낙착됐다.
당초 당 안팎에서 낙천이 예상되던 강 대표 측 K 의원의 경우도 강 대표 측과 이 전 최고위원 측의 ‘협상’에 따라 공천을 따냈다는 후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이 전 최고위원 측이 밀었던 다른 지역 후보 G 씨가 과거의 불미스런 일이 알려지면서 결국 중도하차하게 된다. 그러나 강 대표 측은 이 지역에 대한 이 전 최고위원의 ‘기득권’을 인정, 대타로 투입된 이 전 최고위원 측 인물에게 공천을 주는 대신 이 전 최고위원 측에서는 K 씨의 공천을 용인해줬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낙천한 친박계 L 의원의 경우, 사실상 박 전 대표 측에서도 낙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L 의원 본인은 “친박계라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다녔지만 정작 박 전 대표 측에서는 ‘경선 때 별반 활약도 없었던 인물’이라며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흐르기도 했다.
역시 공천을 받지 못한 J 의원의 경우 ‘사실상 당 지도부와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공천을 주지 않은 공천심사위원회나 낙천한 J 의원 본인 모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사실상 해당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J 의원을 구제해 다른 정부 요직에 중용하기 위해 일부러 공천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당내 잠재적 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한 것도 ‘이변’이었다. 특히 K, L, C 씨 등은 여의도 정가에서는 내로라하는 정치 신인들이었지만 모조리 낙천됐다. 그 배경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한데 당 일각에선 김 지사를 잠재적인 대권 라이벌로 의식한 모 계파에서 ‘싹을 자르기 위해’ 훼방을 놓았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 말 많았던 송파 병 공천은 이계경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에게 돌아갔다. | ||
역시 탈락한 B 의원은 계파 내부의 ‘교통정리’ 때문에 희생양이 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계파 수장이 워낙 힘이 없다 보니 자파 의원들 모두를 공천시켜줄 수는 없고, 부득이 한 명만 살리고 한 명은 버려야 했는데 ‘버리는 카드’로서 B 의원이 선택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B 의원 덕분에 살아난 J 의원도 막판까지 ‘계파 수장이 혼자 살기 위해 내 지역구에 막판 전략공천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서울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 낙천한 H 씨의 경우, 당초 통합민주당에서도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이 H 씨에게 영입을 제안했는데 하필 선택한 지역이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어서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는 것. 결국 당은 H 씨에게 지역구 낙천 대신 비례대표 배치라는 ‘예우’를 해주면서 고민을 해결하려 한다는 후문.
수도권에서 탈락한 또다른 K 의원의 경우엔 ‘과거의 아픈 기억’을 두려워한 당 지도부의 몸사리기 때문에 공천을 놓친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K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은 B 씨는 당직자 출신. K 의원과 B 씨는 과거에도 한 차례 공천 경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K 의원이 공천을 받자 사무처 직원들은 ‘낙하산 인사 때문에 당직자가 홀대받고 있다’며 극렬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 공천에서도 이 같은 심각한 반발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당 지도부가 ‘알아서’ B 씨에게 공천을 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계파 내부의 의혹의 눈길에 시달렸던 케이스. 그를 두고 최근 모 언론에 불거진 ‘친박, 친이 물갈이 합의’를 만든 장본인이 아니냐는 친박계 내부의 의심이 끊이지 않았던 것. 그러나 본인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결백’이 입증됐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K 의원의 탈락도 당 안팎에서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K 의원의 탈락에 대해서는 ‘검사 시절 독하게 수사를 했는데 당시 수사대상에 있던 인물이 현재 MB계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K 의원의 공천을 막았다’는 괴소문이 나돌았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공천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던 비례대표 J 의원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 전 친분을 쌓아뒀던 당 고위층이 적극적으로 ‘후원’해 결국 지역구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낙천의 고배를 마신 또 다른 J 의원의 경우엔 애초 예상보다 강한 생명력 때문에 끝까지 살아남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J 의원은 공천심사위원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공심위원과 관련한 개인 신상 자료를 한 보따리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나를 날리면 당신들의 과거 문제들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암묵적 메시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의 낙천으로 결국 모든 준비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천신만고 끝에 살아난 P 의원은 과거 자신과 관련된 불미스런 사건이 공천심사과정에서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이자 아예 ‘선공’을 치고 나간 경우다. 자신이 왜 해당 사건에 연루됐는지, 그 배경에 자신을 죽이려는 모 의원의 음모가 어떻게 연관돼 있었는지 모두 폭로하겠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해 결국 공천까지 따냈다는 후문이다.
이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