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유명 모델 에이전시 ‘포인트’에서 오디션을 준비 중인 모델 지망생들. | ||
이중에서 특히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러시아 출신의 미녀들. 늘씬한 몸매와 반반한 얼굴 하나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러시아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피하기 위해 맨몸으로 서유럽, 그리고 미주로 무작정 몰려들고 있는 러시아 여성들의 ‘웨스턴 드림’을 살펴 보았다.
러시아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모델 에이전시 중 하나인 ‘포인트’의 경우 등록되어 있는 모델들의 수는 대략 3백 명 정도. 이렇게 에이전시에 등록되어 있는 모델이나 모델 지망생들은 대부분 오디션을 통해 화보 촬영이나 광고, 패션쇼 등의 행사에 나가 아르바이트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적게는 하루에 50유로(약 6만원)에서 많게는 5백유로(약 61만원)까지 다양한 벌이의 일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진짜 목표는 이런 시시한 일들이 아니다. 이들이 진정 꿈꾸는 것은 가깝고도 먼 이웃인 서유럽, 혹은 미주 등지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고 있다가 운이 좋은 경우에는 유명 잡지에 얼굴을 비추게 되거나 심지어 뉴욕, 파리, 밀라노 등지의 모델 에이전시에 의해 발탁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이미 서유럽이나 미주 등지로 진출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러시아 미녀들도 많은 것이 사실. 이렇게 세계 무대에 나가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여성들은 러시아 시골 처녀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 <플레이보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러시아 모델. | ||
대부분은 별볼일 없는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거나 심지어 몸을 팔면서 용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도 있다. 행여 ‘일거리’가 있다고 해도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상반신을 노출하는 일은 다반사. 심지어 반나체로 서 있는 여성들의 치부를 만지면서 음담패설을 하는 심사위원들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그까짓 치욕쯤은 충분히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이 사실. 때문에 웬만한 ‘인내심’이 아니고서는 치열한 경쟁자들 속에서 ‘일’을 따내기란 여간해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가난한 모델 지망생들에게 있어 ‘사탕’과도 같은 존재는 바로 돈 깨나 있다는 졸부들이다. 돈 많은 이들은 러시아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성공과 부가 보장되는 지름길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령 그들이 뒤에서 힘만 써준다면 오디션이라는 것은 볼 필요도 없이 유명 패션지의 표지 모델 자리 하나쯤은 식은 죽 먹기로 꿰차게 된다.
이와 같이 졸부와 미녀 사이에 이루어진 모종의 ‘커넥션’으로 인해 모델 에이전시 근처에 중년의 남성들을 태운 고급 승용차가 줄서 있는 모습은 러시아에선 이미 낯이 익은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가난에서 탈피하고자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이런 여성들로 인해 “러시아의 패션 사업은 썩을 대로 썩었다”는 비난 또한 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
적당한 일거리가 없으면 간혹 에이전시를 통해 들어오는 매춘 행위를 하거나 혹은 신장개업한 나이트클럽에 나가 분위기를 띄워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일부 모델들의 경우에는 무대 위에서의 긴장감을 덜기 위해 마약을 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보드카를 마셔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극도의 부담감이 이렇게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출신의 모델들이 세계의 패션 관계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성형 미인’이 즐비한 미국이나 서유럽 출신의 여성들에 비해 ‘천연 미인’이 많다는 데 있다.
또한 까다롭게 이것 저것 요구하는 서구 여성들과 달리 순종적이고 여성적이라는 점 또한 러시아 모델들이 환대받는 이유 중 하나다.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숨겨져 있는 것이 러시아 여성들의 최대 매력이다”라는 한 러시아 모델의 말처럼 수많은 ‘강직한’ 러시아 여성들이 오늘도 ‘웨스턴 드림’을 꿈꾸며 무대 위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