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을 찾아 지역민들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 ||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대구 70%, 경북 60%의 득표를 받을 정도로 TK는 친박 정서가 강한 곳이다. 이를 등에 업은 친박근혜(친박)계 현역의원들의 ‘공천반란’이 고착화된 구도를 깨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TK는 곳곳에서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가 등장하면서 선거판은 친한나라당, 친박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정서의 충돌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때문에 1명을 선택해야 하는 TK지역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이 과정에서 군소정당 후보나 친박과 무관한 무소속 후보는 설 곳을 잃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기 싫어 포기하는 후보자도 나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TK에 또 하나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 정서에 안주하면서 소속 의원들이 다선(多選)의 ‘특혜’를 누려온 중소도시에 부는 무소속 바람이다.
친박 후보들은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포진하고 있다. 달성군과 가까운 달서구 갑·을·병 3개 선거구, 구미의 구미을, 인근의 김천, 고령·성주·칠곡 등이 ‘박 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 3월 21일 홍사덕 친박연대 선대위원장이 강재섭 대표를 응징하겠다며 대구 서구에 출마했다. 달성군과 서구 사이에 끼여 있는 달서구에 박풍을 강력하게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7개의 선거구가 박풍의 직접 영향권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친박연대에 입당한 경주의 김일윤 전 의원, 친박 무소속 연대에서 활동 중인 영주의 권영창 전 영주시장을 포함하면 9개 선거구가 박풍으로 총선을 치른다. 이는 전체 27개 TK 선거구의 3분의 1이다. 한나라당의 가장 탄탄한 요새였던 대구경북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이다.
TK지역 유권자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상당한 기여를 한 현역의원들의 공천탈락을 동정하면서도 15년간 정권에서 소외되면서 갖게 된 박탈감을 만회하려면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하도록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도 동시에 품고 있다. 친박 정서, 친한나라당 정서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민 이상원 씨(51)는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대구경북의 공천은 별 문제가 없는데 친박과 친이, 친이 실세 간 패거리 싸움이 벌어지면서 시민들의 판단이 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결과에 대해 친이명박(친이) 진영도 불만이 많다. 속은 끓지만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다. 공개적으로 불만을 털어놓는 친박 진영과 달리 친이 인사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상당수 친이 인사들은 경선 시절부터 친박 정서가 강한 TK에서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이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공헌을 한 3선의 안택수 의원 등 친이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한 것, 비례대표 공천에서 TK에서 활동하는 친이 지역인사들이 당선 안정권에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한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은 물론 이상배(상주) 권오을(안동) 김석준(대구 달서병)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해야만 했다.
이들의 하위조직에서 활동한 일부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의리 없다’며 친박연대,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을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한 친이 인사는 “대선 성적표에 따라 공천한다 해놓고 결과는 엉뚱하게 나 버렸다. 친박은 갈 데라도 있지만 우리는 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후보, 웃기지 마세요”라는 지역이 있다. 바로 김천이다. 친박이기에 앞서 무소속으로 3선의 자치단체장을 지낸 박팔용 전 김천시장 진영의 분위기다. 3선의 임인배 의원을 밀어내고 이철우 전 경북도정무부지사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지만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 고전 중이다. 상황은 안동도 마찬가지다. 안동 출신 공무원계 대부인 김광림 전 재경부 차관(무소속)이 안동 김씨 문중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허용범 후보를 앞서고 있다.
대구 중남구에서는 참여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재용 전 건강보험관리공단이사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선거구도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무소속으로 내리 두 번 남구청장을 지냈고, 열린우리당으로 대구시장선거에 두 번 출마, 국회의원선거에 한 번 출마하면서 지명도가 다른 후보를 압도하고 있어 한나라당 배영식 후보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형님공천’의 주인공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지역구(포항 남울릉)를 물려받으려다 실패하고 불출마를 선언한 김광원 의원의 지역구(영양·영덕·봉화·울진)에 공천된 강석호 후보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울진 출신의 김중권 전 대통령 비서실장(무소속)의 등장으로 쉽지 않은 선거를 치르게 됐다.
TK에서 한나라당 대 친박의 대접전이 예상되는 곳은 대구 달서을, 대구 서구, 구미을, 고령·성주·칠곡이다. 무소속이 우세한 김천, 안동을 포함한 무소속 선전지역을 포함하면 막판 ‘기호 2번’(한나라당)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4~5 곳 정도에서 낙선이 예상된다. 선거 초반의 친박 정서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관리인 피살사건과 같은 돌발변수로 막판까지 이어지게 되면 낙선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TK지역 정가의 일반적 전망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독설대로 ‘공천=당선’에 기대 TK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던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가 고쳐질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대구=김상섭 대구신문 기자 kss@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