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차림이 야하다는 이유로 칼을 휘두른 남편과 생전의 아 내(왼쪽). 외도를 한 누나를 살해한 동생이 독일 경찰에 의해 호송되고 있는 모습. | ||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처럼 여성의 존엄을 짓밟는 악습이 되풀이되자, 독일사회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체면을 걸고 이슬람 여성 보호에 새삼 관심을 기울이고 나섰다.
독일 어딘가에 가명으로 위장한 채 숨어 사는 알레이나(19). 부모의 ‘강제결혼’ 명령을 두 차례 거역했던 그녀는, 결국 반년 전 아버지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집을 도망쳐 나와야만 했다. 지금도 그녀는 아버지 손에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몸을 떤다.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죄목(?)으로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가족과 인연을 끊고 살고 있는 이슬람 여성의 수는 현재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지난 2년 동안 독일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살해당한 이슬람 여성은 모두 11명.
하지만 독일 정부는 사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여성이 가정에서 몰래 구타와 폭력을 당하고 있거나 혹은 심한 경우 목숨마저 잃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최근 3년간 일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몇몇 살인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작년 10월 헤센의 한 작은 마을에서 옷차림이 너무 야하다며 부인을 칼로 찔러 죽인 끔찍한 살인 사건도 한 사례다. 이보다 조금 앞서 베를린에서 벌어졌던 살인 사건 역시 ‘가족의 명예’를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한 터키인 남성에 의해 벌어졌다. 불행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있던 친누나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고백하자 “창피한 일이다”며 누나를 칼로 찔러 죽인 것.
지난 2000년 뮌헨에서는 한 남성이 3년 전 이혼했던 아내가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울분을 참지 못한 채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들의 부모로서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그는 체포된 후에도 “내 할일을 했을 뿐이다”며 의기양양했다.
3년전 브레멘의 한 강가에서는 무참하게 살해된 한 남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터키인이었던 이들은 여성의 경우 강가의 진흙 속에 얼굴을 파묻고 질식사한 상태였으며, 남성은 머리 부분을 드라이버로 찍힌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숨져 있었다.
이런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놀랍게도 여성의 아버지였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이 범행동기였다. 현재 독일 내에 설치되어 있는 ‘이슬람 여성 보호소’는 모두 네군데. 여기에서는 목숨에 위협을 느끼거나 가정 내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나온 이슬람 여성들이 마치 범죄자처럼 조용히 가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숨어 지내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