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백의종군해야 한다. 이럴 경우 자신의 ‘대리인’을 내세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 할 것이다. 박 전 대표 측 전략가는 이에 대해 “당을 바로잡기 위해 (박 전 대표가) 직접 (당 대표 선거에서) 당을 망친 세력과 맞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출마하지 않더라도 말이 통하는 이들과 협력해 합리적 인사를 대표로 내세우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범 박근혜계를 표방하면서 18대 국회에 입성하는 의원은 40명 선을 넘을 수 있다”라고 전망한다. 이는 원내교섭단체 구성기준을 훌쩍 뛰어넘을 뿐 아니라 자력으로 원내 3당을 구성할 수 있는 숫자다. 박 전 대표에게 이러한 힘은 여러 가지 카드를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일단 총선 뒤 박 전 대표 위주의 정계개편도 고려해볼 수 있다. 먼저 코드가 비슷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통합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도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하지만 당내 투쟁을 주장해온 박 전 대표로서는 당 내에서 생환한 40여 명과 똘똘 뭉쳐 차기 대권 도전에 독을 품고 나설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권 도전을 위해 처음 당의 문을 두드렸을 때, 곁에는 이재오 의원 한 명의 ‘돌격대장’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0여 명은 ‘대권 티켓’을 차지하기에 충분한 숫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친박그룹의 생환율이 예상보다 떨어지고 한나라당의 과반 확보도 여의치 않을 경우 박 전 대표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국 단위 유세에 끝까지 참여하지 않은 것이 당의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총선 말미에 지원 유세 문제로 장고를 거듭한 것도 이런 부담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