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의원의 재산은 3조 6000억 원 대로 299명 당선자 중 단연 최고다. | ||
이명박 정부 출범 초 인선된 장관들이 ‘재산규모 대한민국 1%’라는 명성(?)을 들었던 것처럼, 이번 조사 결과 여당인 한나라당 당선자들 중에는 ‘부자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선자들 중에는 ‘강부자’(강남의 땅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국 곳곳에 수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도 꽤 있었다(중앙선관위에 제출된 당선자들의 재산 관련 서류는 2007년 12월 31일 기준).
병역 사항과 관련해서도 당선자들은 보통사람들의 평균치와 차이가 컸다. 일반 국민들에 비해 병역 면제율이 3배가량 높았으며 병역을 면제받은 사유도 갖가지였다.
당선자 299명의 1인당 재산 평균액은 188억 6241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 규모가 무려 3조 6000억 원대인 정몽준 의원을 제외할 경우 나머지 당선자들의 재산 평균액은 68억 3047만 원이었다. 정 의원을 포함한 서울지역 당선자의 재산평균액은 768억 2816만 원,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의 평균액은 17억 7385만 원으로 편차가 매우 컸다. 정몽준 의원의 ‘재산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의원이 포함된 서울을 제외했을 때 지역별로 가장 ‘부자의원’들이 많이 사는 곳은 부산이었다. 이 지역 당선자들의 재산평균액은 60억 6391만 원. 반면 제주지역 당선자들의 재산평균액은 8억 3229만 원으로 가장 ‘가난’(?)했다.
참여정부 마지막 내각의 재산평균액이 15억 6100만 원. 그중 ‘최고부자’였던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의 재산이 24억 2800만 원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장관급 인사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의 재산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명박 내각 후보자들의 평균 재산이 35억 원이었으니 청와대와 국회 모두 ‘부자’들이 많아진 셈이다.
우선 재산 규모 상위 10위까지를 살펴보았다. ‘압도적’인 재산규모로 1위를 차지한 인물은 서울 동작을의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 정 의원의 재산 총액은 무려 3조 6043억 8075만 원으로 이 가운데 주식평가액만 3조 6329억 3821만 원이었다.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주식 821만 주와 한겨레신문사 주식 2000주를 갖고 있었다. 재산 총액이 주식평가액보다 적은 것은 정 의원이 금융기관에 445억 원의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2위는 인천 부평갑의 한나라당 조진형 당선자로 재산 총액이 819억 1764만 원이다. 조 당선자 역시 정몽준 의원처럼 ‘주식 부자’로 본인과 배우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평가액이 550억 2161만 원이었다. 재산의 3분의 2가량이 주식인 셈. 조 당선자는 3억 8850만 원 상당의 골프 및 콘도 회원권 4개를 소유하고 있기도 했다.
3위는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6번 정국교 당선자로 502억 2100여만 원 상당의 재산을 갖고 있었다. 정 당선자는 340억 원가량을 은행과 증권사에 예치해 두어 주식보다는 예금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H&T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 당선자의 경우 주식 거래로 300억 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상황. 수사 결과에 따라 과연 그의 재산이 ‘깨끗한 부(富)’였는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어 4위는 부산 금정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세연 당선자. 재산 총액은 432억 8627만 원으로 이 가운데 토지와 건물 금액만 374억 원에 달한다. 김 당선자는 본인 소유의 건물이 10채에 이르고 부산과 양산 등지에 155억 원 상당의 토지를 갖고 있었다. 동일고무벨트(주) 대표이사인 김 당선자는 고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이다.
5위는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의 한나라당 강석호 당선자. 삼일그룹재단이사장을 지냈던 강 당선자의 재산은 185억 3531만 원으로 이 가운데 주식이 122억 원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부산 중구·동구의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이 152억 7335만 원으로 6위. 의사 출신인 정 의원은 부동산만 165억 원 상당을 소유하고 있었고 2600만 원 상당의 금과 다이아 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위는 부산 남구을의 무소속 김무성 의원(150억 8367만 원). 김 의원은 예금과 보험액만 100억 원이 넘어 눈에 띄는데 배우자 소유의 예금만 100억 2473만 원에 이르렀다.
이어 판사 출신으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1번으로 금배지를 달게 된 이영애 당선자가 109억 9091만 원으로 8위를 기록했고, 94억 9595만 원을 가진 포항시 남구·울릉군의 이상득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이상득 의원은 25억 500만 원 상당의 부동산과 59억 500만 원의 예금과 주식을 고루 보유하고 있었다. 이 의원의 재산목록 중 눈에 띄는 대목은 동양 산수화와 서양화 3점. 동양 산수화는 예상거래가가 1800만 원이었고 서양화는 각각 1200만 원, 2500만 원, 1300만 원이었다. 상위 10위에 ‘턱걸이’ 랭크된 인물은 전남 담양·곡성·구례의 민주당 김효석 의원으로 78억 2000여만 원 상당의 재산을 갖고 있었다. 재산 상위 10걸 안에 든 당선자 수는 한나라당이 5명, 민주당 2명, 무소속 2명, 자유선진당 1명이었다.
한편 가장 재산이 적은 당선자는 충남 홍성·예산에서 선출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로 총재산이 마이너스 120억 5144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빌린 거액의 차입금이 막대한 빚의 원인. 최근 이 총재는 대선 선거비용을 선관위로부터 돌려받아 현재는 빚이 20억 원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2위는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3번 이정희 당선자로 2억 1561만 원을 빚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당선자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각각 건물 1채씩을 소유하고 있으나 은행의 대출금 등 채무액이 6억 9112만 원이었다.
3위는 경기 성남 중원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으로 총재산은 7816만 원에 불과했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 역시 채무액이 1억 4000만 원에 이르렀다. 4위는 재산규모 1억 1393만 원의 민주당 비례대표 12번 김충조 당선자. 3억 77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김 당선자는 1억 2800만 원 상당의 한국화와 서예작품을 갖고 있어 눈에 띄었다. 이어 친박연대의 서청원 대표의 재산이 1억 1669만 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서 대표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본인 소유의 연립주택 1채와 은행 예금과 대출금 등 재산신고 목록이 매우 단출한 편이었다.
6위는 부산 해운대·기장을의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으로 1억 4679만 원 상당의 재산을 갖고 있었다. 안 의원의 재산목록 역시 본인 소유의 아파트와 전세권, 자동차, 은행 예금 등 ‘화려하지’ 않았고 골프나 콘도 회원권도 갖고 있지 않았다. 이어 경기 부천시 원미갑의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이 1억 6050만 원으로 7위, 시흥을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1억 7082만 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 9위는 인천 계양을의 민주당 송영길 의원(1억 7609만 원), 10위는 민노당 비례대표 1번 곽정숙 당선자(1억 8079만 원)였다.
당선자들의 부동산 소유 현황도 다양했다. 먼저 당선자 299명의 부동산 평균보유액을 집계한 결과 1인당 평균 14억 7474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부산지역 당선자들 중에 ‘땅부자’가 많았다. 이 지역 당선자들은 평균 48억 5519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반면 제주지역 의원들의 부동산 평균보유액은 7억 8049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그렇다면 당선자들 중 ‘땅부자’ 1위는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재산 랭킹 상위 4위에 올랐던 무소속의 김세연 당선자. 김 당선자는 무려 374억 9475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65곳에 분포된 토지 보유액은 155억 1922만 원이었고, 아파트 빌딩 단독주택 상가 등 10채의 소유 건물 예상가는 219억 7553만 원에 이르렀다. 김 당선자는 이밖에도 265억 2019만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식부자’이기도 하다.
2위는 172억 2283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한나라당 조진형 당선자(인천 부평갑). 조 당선자는 80억 원 규모의 토지와 함께 90억 원대의 주택과 점포를 갖고 있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부산 중구동구)이 165억 7768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해 그 뒤를 이었고, 서울시의회 의장 출신인 한나라당 비례대표 임동규 당선자가 부동산 보유액 111억 3771만 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5위는 변호사 출신인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으로 66억여 원 상당의 부동산 외에도 보석과 회화 작품 등 다양한 재산목록이 눈에 띄었다. 공교롭게도 ‘땅부자 당선자’ 상위 5명 중 무소속 김세연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