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권잠룡들. 왼쪽부터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청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일요신문 DB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대선주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 미필자 비율이 유권자들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필자들의 부모들도 혹할 수 있는 것이 군 관련 공약이다. 국방비를 늘리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표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병역 문제는 개인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다. 대선주자들이 선심 공약을 툭 하고 던져 놓으면 무조건 당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선거 때마다 대권잠룡들이 내놓는 군복무기간 단축, 모병제 등의 공약에 ‘포퓰리즘’적인 요소가 다분하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대권잠룡들은 너도나도 안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월 17일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국방개혁방안에는 18개월까지 군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18개월로 정착이 된다면 장기간에 걸쳐 추가로 단축할 여지가 있다”고 시사했다. 당시 문 전 대표 저서에 18개월 단축을 넘어 1년 정도까지 단축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팎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문 전 대표 측은 “군 복무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오히려 군 복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 문 전 대표는 대책 없이 군 복무기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군 복무기간의 개월수를 후보가 먼저 정할 수가 있나. 국방부에서 수요를 파악하고 그 숫자에 맞춰서 늘리든지 줄이든지 판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몇 개월로 한다’고 정하고 실제로 필요한 병력 소요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앞뒤가 바뀐 것이다”고 비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모병제와 사병 월급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남 지사는 지난해부터 “차기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가 징병제 병사들이 모두 제대하는 2022년까지 완전히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 모병제를 통해 군 병력을 30만 명으로 줄이고, 사병들에게 9급 공무원 초봉 수준인 월 200만 원의 초임을 지급해야 한다. 연간 3조 9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데 병력 감축에 따라 줄어드는 전력운용비 등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단순히 모병제뿐만 아니라 예산 마련 방안을 함께 발표한 공약이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군 전문가는 “전력운용비는 줄어드지 않을 것이다. 남 지사 공약의 근거가 희박하다. 실제 우리는 이미 병력을 감축하고 있다. 징병제 하에서도 11만 명을 줄일 예정이다. 그런데도 전력 운용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직업군인을 늘리면서 복지 대책에 드는 비용이 함께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모병제만 주장하니까 표를 받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선택적 모병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 시장은 최근 “현대전은 사병 숫자가 아니라 무기의 첨단화와 그 첨단화된 무기체계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훈련된 병사가 좌우한다. 첨단 무기를 운용하는 정예전투 요원 10만 명을 모병하면 현재 군대 63만 명을 50만 명으로 줄이는 정부계획을 고려할 때 징집병 20만 명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욱 위원은 “인구가 약 3억 명인 미국도 매년 30만 명 정도를 모병하고 있다. 우리 인구는 약 5000만 명이다. 미군처럼 복지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예산도 없는데 군대에 자진해서 입대할 수 있는 인원이 몇이나 되겠나. 모병제 얘기는 남북이 통일을 하면 당연히 얘기가 나와야 하는 얘기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군의 숫자가 많아야 하는 상황에선 시기상조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모병제와 군복무 단축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도 엿보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복무 단축을 해야 한다. 참여정부 때 군복무 단축을 전제로 한 국방개혁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우리 군대는 사람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인적 자원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군 인력을 앞으로 유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국방문제를 해결하려면 병력 중심에서 첨단 무기 체계 중심으로 재편할 수밖에 없다. 모병제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군퓰리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군부대 방문도 그 일환이라는 비판이 들리고 있고 있다. 대권잠룡들은 최근 앞다투어 군부대 방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 전 민주당 대표는 1월 25일 설 연휴를 앞두고 원도 육군 102기갑여단을 방문했다. 안 지사도 지난해말 32사단을 방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 대표 시절에도 평택의 해군 2함대와 의정부의 56사단 군인 아파트를 연달아 방문했다. 이 시장 역시 ‘스마트강군 10만 양병안’ 공약을 공군 제3방공유도탄여단 예하 제8630부대에서 제안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대권잠룡들의 군부대 방문에 제동을 걸었다. 국방부는 최근 각 정당에 정치인의 군부대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각 정당에 방문 자제 공문을 내렸다. 정치인들이 부대에 방문하면 장병들이 기본임무 수행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장병들을 위로하고 대비 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면 상관없지만 군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 지난해에 비해 군부대 방문 요청이 훨씬 많아지고 있는데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의 더불어국방안보포럼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월 22일 장성 50명, 영관급 71명 등 약 175명이 참여한 매머드급 자문단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사진 찍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다. 포럼 때만 부르면 안보 강화인가”라는 비판이 들리고 있다. 국방안보포럼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백군기 의원 장영달 전 의원 백종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황병무 전 국방대 명예교수 등은 18대 대선 때도 문 전 대표 측 국방자문단에 속해 있던 인물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 총선 당시 장성들이 비례대표 명단에서 막판에 밀려나면서 민주당이 군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보정책자문단 면면이 그 나물에 그 밥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군기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야당에는 국방 분야의 인재풀이 두껍지 못하다. 하지만 장 전 의원을 포함한 고문들은 원로이기 때문에 계속 모실 수밖에 없다. 그분들이 과거에 우리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이다. 신진들도 많이 영입을 했다. 고문 명단은 갑자기 변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