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한 병원에 격리, 감금돼있는 한 에이즈 환자가 하소연하고 있다. | ||
그렇다면 왜 러시아인가. 에이즈 감염자수의 증가는 현재 마약 중독자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러시아의 어두운 사회 현상과 맞물려 있다. 에이즈 환자의 90% 이상이 성적인 접촉보다는 오래된 ‘주사 바늘’을 통해 감염되었다는 사실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 90년대부터 꾸준히 증가해온 러시아의 마약 중독자수는 최근 들어 더욱 급격하게 늘고 있다. 특히 불우한 가정 환경 탓에 가출하는 비행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마약’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수도 함께 증가했다. 현재 가정 폭력과 무관심 속에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은 대략 64만 명. 대다수가 마약 중독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곧 ‘에이즈 환자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러시아인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마약 중독자들을 통해 감염되는 일반인들의 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러시아 매춘부들의 경우 세 명에 한 명꼴인 30%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난해만 3천 명가량의 ‘선천성면역결핍증’ 신생아가 태어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러시아 대륙에 에이즈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러시아인 자신들의 ‘무관심’이란 따끔한 지적도 호소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기관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에이즈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대답해 충격을 던져 주기도 했다. 또한 에이즈가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올바로 된 의료시설은 고사하고 마치 나병 환자처럼 무조건 격리시키고 보자는 그릇된 사회 풍토도 에이즈 창궐에 한몫을 거들고 있다.
현재 러시아 당국에 등록되어 있는 에이즈 감염자수는 약 17만 명. 하지만 실제 감염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70만 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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