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파멜라 앤더슨,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화배우 데미 무어 역시 여러 차례 가슴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사진) 왼쪽부터 1981년, 1995년, 2002년 당시 데미 무어의 모습. 이미 세 아이의 어머니인 그녀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가슴의 모양 | ||
그러나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명제를 할리우드에서 지켜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다수 스타들이 적어도 가슴 하나만은 수술을 받았다. 문제는 ‘칼’을 들이댄 사실에 대한 이들의 상반된 태도이다. 시치미를 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도 있다. 너무 눈에 띄게 키워서 굳이 당사자가 말을 안 해도 들키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연예주간지
AA컵에서 B컵으로 가슴을 키운 멜리사 리버스는 ABC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커진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물건을 돈 주고 샀다.”
최근에 열린 한 영화상 시상식에서 멜리사 길버트는 처음으로 유방 사이 계곡선이 훤히 드러나는, 목 부분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것은 ‘나도 성형수술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셰어, 로잔느, 멜라니 그리피스도 돈을 주고 자신의 가슴을 만들었음을 인정했다.
그럼 할리우드에서 큰 가슴은 과연 얼마나 중요한가. 많은 수술파 스타들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큰 가슴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막 떠오르는 여배우들이 더 큰 배역을 받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한데 대중의 시선이 가장 많이 쏠리는 곳이 가슴이고, 가슴의 크기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는 것.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서 맡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스타 여배우 핼리 베리조차도 영화에 캐스팅되기 위해서 가슴수술을 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그들은 수술을 받는다. 성형수술은 스타로 들어가는 길목의 대문을 여는 열쇠와 같다. 왜냐하면 섹시한 몸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먹히게 되어 있다.”
할리우드의 한 영화 제작자의 말이다.
영화계만이 큰 가슴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연예소식을 다루는 TV쇼나 잡지들도 중요한 압력요인들이다. 그들은 언제나 배우들의 패션을 베스트와 워스트로 평가한다. 물론 옷맵시에서 가슴선은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다.
45세의 패트리샤 히톤은 “어느날 스타일리스트가 나에게 헐겁고 화려한 하와이풍의 드레스를 주었을 때 나는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4명의 아이를 낳은 그녀는 결국 처지는 가슴을 끌어올리는 수술을 받았다.
멜라니 그리피스는 이렇게 수술의 불가피성을 밝히고 있다. “나도 모르게 완벽한 몸매를 갖추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몸매의 굴곡이 얼마나 심하느냐는 할리우드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할리우드 사람들은 스스로를 하나의 물건으로 본다. 잘 팔리는 물건이 되기 위해 모두 경쟁하는 것이다.”
예쁜 가슴을 지닌 카르멘은 1997년 <플레이보이>의 표지를 장식했고, 곧 MTV의 쇼 진행자를 비롯, TV시리즈에서 중요 배역을 맡게 되었다. 가슴으로 성공하긴 했지만 카르멘은 자신의 가슴에 불만이 있었다. 가슴이 조금 작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그녀는 “아담한 사이즈였던 내 옛 가슴이 그립다”고 말하고 있다.
가슴확대수술이 이렇게 하나의 당연한 현상으로 자리잡음으로써 엉뚱한 피해와 오해도 낳고 있다. 올해 24세인 제니퍼 러브 휴이트 같은 스타가 대표적인 경우. 그녀는 풍만한 가슴을 타고 났는데, 끊임없이 가슴 수술 논쟁에 시달려야만 했다. 자신의 가슴을 둘러싼 세간의 논쟁에 너무 괴로운 나머지 제니퍼 러브 휴이트는 종종 실리콘을 가슴에 넣지 않았다는 의미가 담긴 ‘Silicone Free’라는 글이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더 완벽한 굴곡을 위해 몇 차례 수술을 받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 이식수술을 하고, 또 아기를 낳은 다음에는 몸매를 조정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처지는 가슴을 들어올리는, 서너 번의 수술을 받는 것이다. 안나 니콜 스미스 같은 배우는 무려 6번의 수술을 하는 고행(?) 끝에 지금의 커다란 가슴을 갖게 됐다.
최근에는 무조건 가슴을 키우는 쪽보다 곡선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배우들의 외모를 관리해주는 스타일리스트들은 대중의 시선이 자연스러운 곡선미에 모아져 있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자신의 체형에 어울리는 드레스를 입고, 딱 맞는 브래지어를 하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한 유명 스타일리스트는 요즘의 할리우드 세태를 이렇게 소개한다.
“예전에는 무조건 가슴을 크게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름다운 가슴을 우선시한다. 우리는 제니퍼 애니스턴을 표본으로 삼으려 한다. 그녀의 가슴 역시 만들어진 것이지만 크지도 작지도 않은 B컵이다. 자신의 몸에 알맞는 적당한 사이즈가 가장 좋다는 소리다. 그런 면에서 여성들은 날이 갈수록 영리해진다. 자신의 가슴을 고치면서도 수술 흔적을 감추고 싶어한다.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에 시선을 모으는 것도 피하면서 자연스럽고 건강한 외모를 원하는 것이다.”
빵빵하게 키운 가슴에 바람을 어느 정도 빼는 수술을 받는 배우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드류 배리모어나 제안느 가로팔로 같은 배우들은 바로 그 대표적인 예. 적당한 크기가 자연스러워 보이고, 행동하기도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만 대면 터질 것 같은 D컵의 가슴을 만들었던 파멜라 앤더슨은 지난 1999년 C컵 수준으로 바람을 조금 뺐다가 몇 달 후 다시 가슴사이즈를 늘리는 수술을 받았다. 인기드라마 <베이워치>에 출연하는 돈나 데리코(34)는 요즘 심각하게 가슴축소수술을 고려하고 있다.
▲ 니콜 키드먼 | ||
1990년 카리 워허러는 영화 촬영 중 감독이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슴확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의사의 지침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결국 실리콘을 모두 다 빼내는 수술을 받고, A컵 사이즈로 되돌아와야 했다.
주어진 가슴을 ‘덤덤하게’ 바라보는 여배우들도, 많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다. 가슴이 작은 여배우로 널리 알려진 니콜 키드먼이나 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허드슨, 데브라 미씽 같은 여배우들은 성형수술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이들 톱스타들은 꼭 가슴이 커야 할리우드에서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내가 처음 할리우드에 왔을 때 여배우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무조건 가슴확대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나는 그들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디서 수술을 해야 할지 몰랐고, 나중에는 내 천연 가슴이 굳이 키우지 않아도 보기 좋은 모습을 가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연산’을 고집하고 있는 데브라 미씽의 말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들에게도 따가운 화살이 쏟아지기도 한다. 기네스 팰트로는 1999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직후 수많은 비평가들로부터 엉뚱하게도 연기가 아닌 가슴에 대해 혹독한 비평을 받아야 했다. “아카데미 수상자 몸매가 그게 뭐냐”는 비난은 여자인 기네스에게 연기력에 대한 비판보다 더욱 혹독한 것이었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가슴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변종스타들도 있다. 알렉산드라 폴 같은 배우는 A컵의 ‘낑깡’ 가슴을 갖고 있지만 동료 배우들의 ‘호박’ 가슴을 보고도 전혀 유혹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의 풍만한 가슴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어떤 제작자가 나에게 <플레이보이>를 보여 주면서 내가 이런 모습을 갖게 되면 정말 보기 좋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나는 내 가슴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이 없다. 신이 나에게 주신 가슴에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작은 가슴을 가지고 있는 여배우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서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할리우드를 우회해서 입성했다는 점이다.
이미 다른 곳에서 할리우드가 침을 삼킬 정도로 성장한 이들은 비록 작은 가슴을 갖고도 오만한 할리우드의 대문을 여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할리우드에서는 매력적이지만 머리가 텅 빈 것 같은 역할들이 많다. 내가 하고자 했다면 그런 역할들을 맡았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A컵의 배우들이 섹스심벌 우상에 매몰돼 있는 할리우드의 전체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맨 인 블랙2>에 출연하기 위해서 가슴 속에 ‘뭔가’를 넣었던 라라 플린보일은 이렇게 말한다.
“큰 가슴을 앞세우며 주차장을 걸어다니는 것은 무척 재미있었다. 보는 사람들마다 대화내용이 다 똑같았다. 내 가슴의 크기를 화제에 올리는 것을 보고 묘한 흥분을 느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더욱 파인 옷을 입고 나갔다.”
최근 작은 가슴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할리우드에서는 섹스심벌로서 가슴의 비중이 여전한 것 같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