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의 여신상 발 아래에서 포즈를 취한 찰리. | ||
자유의 여신상이 오늘날까지 자신의 존엄을 엄격하게 지켜가고 있는 데는 숨은 공로자 한 사람이 있다. 여신상의 상징물인 횃불의 수호천사임을 자부하는 찰리 델리오라는 사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찰리는 여신상이 높이 치켜들고 있는 횃불을 30년 넘게 지켜 오고 있다. 비, 바람, 추위, 그리고 세월마저도 여신상으로부터 그를 떼어내지 못한다.
올해 55세인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찰리가 여신상과 운명적인 인연을 처음 맺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72년. 그때부터 지금까지 찰리는 횃불 주변의 청소와 횃불을 비추는 전구를 교체하는 일을 해 왔다. 그가 지난 31년 동안 교체한 전구의 수는 모두 5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찰리는 1999년 정식으로 은퇴를 했는데, 도저히 여신상 곁을 떠날 수가 없어 지금까지도 자원봉사 형식으로 예전의 일을 계속하고 있다.
“뉴욕사람과 미국사람들을 위해 내가 쓰러질 때까지 횃불을 밝히는 일을 계속할 거예요.”
여신상의 횃불을 밝히기 위해 찰리는 2백50w짜리 할로겐 전구 16개를 사용한다. 전구가 수명을 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찰리는 언제라도 수많은 기구들을 갖고 곧바로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비상상태로 대기해야 한다. ‘숙달된 조교’인 찰리는 8개의 전구를 15분 안에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기엔 쉬운 일 같지만 횃불은 지상으로부터 약 3백 피트 위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강한 바람이 강타를 하는 날에는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위에 올라갔을 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하늘에 떠다니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고 찰리는 말했다.
▲ 횃불 위의 찰리(원안). | ||
1968년에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돌아온 그는 자유의 여신상 관리사무소에 찾아와서 “여신상 횃불에 좀 올라가게 해 달라”고 사정했다. 물론 관리소 직원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라며 거절했다.
그는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동상의 주위를 거닐면서 “제발 내가 죽기 전에 횃불에 한 번 올라가게 해 달라”고 여신상에게 빌었다.
그의 기도는 이루어졌다. 그는 관리소에서 횃불을 청소하는 사람이 됐다. 직원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그만이 횃불에 올라가서 갈매기떼들의 배설물들을 치우게 됐다. 곧 이어 전구교체작업도 맡게 되었다. 그가 지금까지 횃불에 올라간 횟수는 모두 2천5백 번이 넘는다.
찰리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여신상의 보존상태는 아주 안 좋았다고 한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군데군데 부서지고 색이 바래져 가고 있었다. 특히 횃불은 녹슬고 갈매기 배설물로 얼룩져 있었다. 여신상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찰리는 매일매일 청소와 수리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지금의 깨끗하고 밝은 여신상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찰리는 앞으로도 자신의 일을 그 어떤 일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한다.
“여신상을 닦을 수가 없기 때문에 수많은 승진기회를 거절했어요. 나에게 돈과 명예는 문제가 안돼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난 잘 알고 있어요.”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