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와 정동영 등 후일을 기약하고 있는 당내 거물급들이 물밑 지원을 통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
5월 2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출과 7월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계파 간, 지역 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도 각 계파의 생존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 차기 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손 대표와 정 전 장관도 일단 당권경쟁에는 나서지 않고 있지만 후일을 기약하는 차원에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의 대리전 또한 전대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총선 유탄을 맞은 손 대표와 정 전 장관 두 거물의 중장기 대권 플랜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민주당 당권전쟁의 막후를 들춰봤다.
“원내대표 선출과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전대 TF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당의 고위관계자 A 씨가 던진 일성이다. 7일 기자와 만난 A 씨는 “7월 전대를 겨냥한 계파 간 합종연횡 움직임 이면에는 과거 주류세력을 포함한 거물급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며 “후일을 기약하고 있는 거물들이나 이들의 영향력에 기대 당권 장악을 노리고 있는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서바이벌 게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물밑 연대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거물은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을 지칭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A 씨는 “두 사람은 물론 DJ(김대중 전 대통령) 계 인사와 친노그룹 등 당내 역학구도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인사들이 모두 포함돼 있지 않겠느냐”고 답해 손·정 두 사람의 전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권 관계자들도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이 차기 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정치적 지지기반인 민주당 당권 향배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정세균 의원과 추미애 전 의원 간의 양자 대결구도로 압축되고 있는 당 대표 경선 및 원혜영 김부겸 이강래 홍재형 의원 등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원내대표 경선구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손 대표는 비록 총선에선 패했지만 측근 인사들이 대거 비례대표로 당선됐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수도권 소장파들이 상당수 생환해 ‘신주류’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손 대표와 신주류 측은 자파 의원들의 정치 이력과 대중적 인지도가 약하다는 판단하에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에 주력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류 내에서 원내대표에 원혜영 김부겸 의원이 경쟁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경선 막판에 후보단일화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수도권 출신인 데다 지지세력도 겹치고 있어 끝까지 경쟁할 경우 상호 출혈만 일으키고 상대 후보에게 원내대표 자리를 넘겨줄 수 있다는 분석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신주류 측은 두 사람이 막판 교통정리를 통해 한 사람은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하고 다른 한 사람은 송영길 의원과 함께 최고위원 경선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 의원 입장에서도 손 대표와 신주류 측의 지원은 천군만마의 힘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으로 제 정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당 안팎으로 견제세력이 별로 없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렇다 할 계파를 이끌고 있지 않아 지지기반이 취약하고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정 의원 측은 7월 전대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손 대표와 신주류 측의 지원을 받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하에 ‘손학규계’ 인사들과 물밑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손학규계가 정 의원을 지원할 것이란 분석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물증은 아직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원내대표 경선(22일)을 즈음해 ‘정세균-원혜영(또는 김부겸) 카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대선과 4·9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정동영계’도 이번 당권 전쟁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선 참패에 이어 총선에서 여권 차기주자인 정몽준 의원에게 일격을 당해 정치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정 전 장관은 후일을 기약하는 차원에서 당권 투쟁에 ‘올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동영계로 분류되고 있는 이강래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고 표심잡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유일한 호남(전북 남원·순창) 후보인 이 의원은 이미 4·9 총선 당선자 전원과 한 차례 접촉을 가질 만큼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안 있는 강한 야당론’을 기치로 내건 이 의원은 정동영계와 호남권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정 전 장관도 이 의원 당선을 위해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선 패배 후 ‘외국 유학’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정 전 장관이 유학 일정을 미루고 있는 것도 ‘지원사격’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동영계 내에서는 또 당 대표 후보로 추미애 전 의원을 적극 지원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추 전 의원은 영남 출신으로 서울에 지역구(광진을)를 가지고 있고 DJ와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구 민주당 대표를 지낸 만큼 동교동계와 구 민주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추 전 의원은 또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추다르크’라는 별칭이 따라 붙을 정도로 강력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어 구 민주계 주변에서 제1 야당 대표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와 신주류 측이 지원하고 있는 정세균 의원에 비해 조직력은 열세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전국적 조직망을 구축한 바 있는 정 전 장관의 탄탄한 조직력이 가세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체 분석을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후일을 기약하고 있는 정 전 장관과 당권 장악이 당면 과제인 추 전 의원이 차기 대권과 당권을 담보로 ‘빅딜’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17대 국회와 7월 전대를 끝으로 2선 후퇴가 불가피한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대권 전초전’이 과연 어떤 결말을 도출하게 될까. 두 사람의 물밑 움직임은 민주당 전대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