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릴린 먼로 | ||
그녀가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지 4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은밀한 세력’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했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60년대 대표적인 의문사’ 중 하나로 불리는 이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마릴린 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을 ‘타살’로 믿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책이 출간되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로가 죽기 몇 달 전부터 매우 친밀하게 지내왔던 한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는 이 책은 그동안 비밀에 부쳐져 있던 먼로의 육성 테이프 내용을 최초로 공개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갖고 있던 수면제를 몽땅 변기에 버렸어요!”
“내가 어쩌면 오스카를 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전부 박사님 덕분이에요.”
먼로의 정신과 담당의사였던 랄프 그린슨 박사가 먼로와의 상담 도중 녹음했던 테이프의 일부 내용이다. 죽기 며칠 전 녹음되었던 이 테이프에서 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 발랄했으며, 앞으로 배우로서 이루고자 하는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그녀가 자살을 앞둔 여자라는 느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먼로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친 새로운 책 <희생? 마릴린 먼로의 비밀 테이프>의 저자인 매튜 스미스의 주장이다. 그린슨 박사의 녹음 테이프를 토대로 한 자신의 책에서 스미스는 “먼로의 죽음은 명백한 타살이다. 100% 확신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마릴린 먼로의 묘지 | ||
“박사님 덕분에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됐어요. … 이제야 비로소 온전한 한 명의 여성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제는 내 자신을, 그리고 내 인생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과연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양 격앙된 어조로 자신의 상담의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스미스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먼로는 상담 도중 그린슨 박사에게 다소 구체적인 자신의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내용인즉슨, “배우로서 조금 더 연륜을 쌓은 후 언젠가 영화 제작자로 변신하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셰익스피어 작품의 여주인공을 해보고 싶어요.”
이밖에도 이 상담 테이프에는 한때 은밀한 관계였던 케네디 형제에 대한 먼로의 솔직한 심경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어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 ‘마릴린 먼로’는 한 명의 병사와 다름없어요. 그녀의 사령관은 세계 최고의 파워를 자랑하는 그분이지요. 병사의 가장 첫 번째 임무는 그분에게 복종하는 것이에요. 그분이 ‘이렇게 하라’고 명령하면 병사는 ‘이렇게’ 하면 되고, 또 그분이 ‘저렇게 하라’고 명령하면 ‘저렇게’ 하면 돼요. 그분은 머지않아 미국을 변화시킬 거예요.”
먼로가 얼마나 존 F 케네디를 존경하고 숭배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존 F 케네디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에 대한 먼로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로버트 케네디는 그녀에게 그저 ‘귀찮은 존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박사님, 보비(로버트 케네디의 애칭)는 어쩌지요? 내 인생에 있어 그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다만 그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이밖에도 이 책에서는 동료 여배우였던 조안 크로포드로부터 유혹을 받은 후 “미안하지만 조안, 난 레즈비언이 아니에요”라며 간신히 크로포드를 따돌렸다는 먼로의 충격적인 고백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먼로의 이면을 접할 수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