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썸타는 동아리, 결혼원정대’ 등 지역 미혼남녀 만남의 장 제공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대구 달서구를 주측으로 시작된 결혼장려팀 ‘청춘남녀 결혼토크쇼’에서 참석한 미혼남녀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일요신문] “결혼 굳이 할 필요 있나요?” 결혼을 지운 미혼남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혼자 사는 게 편하다’라며 인생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독신이 있는가하면 ‘소득이 적어서’, ‘결혼 후 사회적 역할이 부담된다’, ‘돈 버느라 이성을 만날 시간이 없다’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 결혼을 미루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혼인 건수는 28만1600건으로 전년대비 2만1200건(7.0%) 감소했다. 특히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粗)혼인율은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 대구의 조혼인율은 전국 평균치인 5.5건에도 못 미치는 5.0건으로 이는 전국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결혼에 대한 인식전환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시급한 가운데 대구 달서구청에서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팀’을 신설했다. 젊은층을 사로잡는 이색적인 이벤트부터 지역 자체의 설문조사를 통한 수요도 조사, 각계 기관과 협약 등 결혼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시도로 신설된 지 8개월만에 지역 미혼남녀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요신문>이 지역 결혼문화를 주도하는 달서구의 ‘썸타는 현장’을 다녀왔다.
지난해 7월 ‘청춘남녀 결혼토크쇼’에서 이태훈 달서구청장과 구청 직원들이 결혼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젊은 사람들이 왜 결혼 안해? 구청장-직원간 대화로 시작돼
시작은 이태훈 달서구청장과 구청 내 미혼남녀 직원들 간의 토크쇼라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 남녀 직원 85명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계기로 자체적으로 지역 내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관련 설문조사가 시작됐다.
앞서 달서구청은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팀을 신설하고 12월 ‘대구광역시달서구 결혼장려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타 지자체보다 한발 앞서 결혼장려추진협의회를 구성하면서 결혼문화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혼전략 설명회와 홍보부스, 혼례교육까지 수차례 운영하면서 지역 내 결혼문화에 대한 조성과 인식개선부터 발을 들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제1회 썸남썸녀 매칭행사’를 본동 파라다이스 컨벤션웨딩홀에서 가졌다. 만 25~39세의 미혼남녀 40명을 12월의 크리스마스 연인으로 만든다는 골자였다.
‘남녀를 한 방에 들이밀면 되지 않겠냐’며 처음으로 시도한 행사는 반성공이었다. 미팅파티전문가를 초빙해 커플게임 등 레크레이션으로 분위기를 달구고 국내 1호 연예코치를 불러 미니연예 특강도 들려줬다. 자연스레 썸을 타는 장을 만들어준 것이다. “마지막 시간에 참석자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 1, 2지망을 매칭지에 적는 것을 가장 어려워했다. 40명이 동시에 하다보니 이름과 얼굴이 매칭이 안되서 헷갈린 것이다. 그래도 7커플이 탄생했다.” 김미자 여성가족과장은 첫 행사를 회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매칭된 커플들은 미션을 수행하게 했다. 영화를 보고 인증샷 찍기, 희망 나눔 꾸러미 만들기 자원봉사 등 미션을 수행한 커플들에게는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로 성탄절 선물 나눔 행사에 참여시키는 등 지속적인 만남의 기회를 제공했다. 커플성사에 실패한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커뮤니티 밴드를 운영하게끔 유도해 ‘썸의 장’을 조성했다.
지역의 결혼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대구 달서구 ‘결혼장려팀’
# 달서구 자체 결혼설문조사···‘과다한 혼수와 호화 결혼식 문제있어’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팀을 신설한 대구 달서구는 지역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해 설문조사를 직접 실시, 자체 분석을 거쳐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지역은 집 또는 직장이 달서구 지역으로 한정, 총 5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결혼은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가 403명(40%)으로 가장 높았다. ‘하는 편이 좋다’ 386명(39%), ‘꼭 해야한다’ 149명(15%), ‘하지 않는 편이 좋다’ 62명(6%) 순으로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결혼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가 425명(42%)으로 가장 높았다. ‘이성을 만날 시간이나 기회가 없어서’ 162명(16%), ‘혼자가 편해서’ 126명(13%), ‘결혼으로 인한 책임감이 부담스러워서’ 106명(11%), ‘취업문제’ 8명(8%),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35명(3%) 순이다.
2016년 혼인 통계그래프(통계청 제공)
특히 결혼문화 문제점에 대해 절반 이상인 565명(56%)가 ‘과다한 혼수와 호화결혼식’으로 가장 높게 응답했으며 다음으로 181명(18%)이 ‘양가 부모님의 지나친 관여’, 107명(11%)이 ‘축의금받기 및 식사대접 관행’ 등이었다.
이같은 설문을 바탕으로 구청은 올해 4개 분야, 20개 사업 계획을 수립해 본격 추진에 나섰다.
# 썸에서 결혼으로 잇다 ‘결혼원정대’
우선 ‘결혼 원정대’를 꾸렸다. 구에서 지원하는 결혼장려 사업에 참여할 미혼남녀를 모은다는 것이다. 그리고 ‘썸타는 동아리’를 개설, 사진·요리·음악감상·재테크 등 같은 취미를 가진 남녀를 만나는 장을 마련했다.
미혼남녀와 예비·신혼부부는 물론 부모들도 대상으로 한 결혼문화 인식개선에도 나선다. ▲결혼전략 설명회 ▲주민참여 UCC 공모전 ▲구민 서포터즈단 ▲세대공감 속풀이 현장토크 등이 그것이다.
지난 8일 달서구청은 각 기관장이 직접 결혼 중매자로 나서는 등 결혼문화 조성에 나서고자 유관기관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좌측부터 신종범 서대구세무서장, 최종욱 남대구세무서장, 박중녕 달서우체국장, 이태훈 달서구청장, 이종순 남부교육지원청장, 이규문 성서경찰서장, 이기완 달서경찰서 생활안전과장, 김용진 달서소방서장, 고용상 강서소방서장.
지역 내 사업장과 유관기관과의 협약을 통한 만남의 장로 열었다. 사업장별 미혼남녀 대상 ‘청춘남녀 어울림 축제’, 유관기관과 연계해 기관장이 직접 결혼매니저로 나서는 ‘추억의 高高 이벤트’ 등 직장단위 소그룹 만남 프로그램도 매월 1회 연다.
거창한 보여주기 식이 아닌 현실을 알차게 반영한 ‘작은 결혼식’ 확산을 위한 혼례교육과 결혼 관련 협력업체와의 협약체결, 시와 연계한 작은 결혼식 장소 개방에도 적극 나선다. ‘웨딩 테마공원’도 야심차게 준비 중이며 고비용 결혼문화 개선을 위한 ‘웨딩플래너 양성과정’도 운영한다.
이를 위한 올해 사업비는 시비 3000만원과 구비 6810만원을 더해 총 9810만원. 사실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미자 대구 달서구 여성가족과장은 “현재 결혼원정대에 교사, 방송국, 제약회사 등 다양한 직군의 미혼남녀 200여명이 자진해서 지원했고 프로그램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에 아직 사업초기지만 벤치마킹을 위해 타 지역에서도 곧잘 연락이 온다”면서도 “예산부분은 허리띠 졸라매는 정도이다. 출산만 지원하는 제도에서 벗어나 결혼에 대한 예산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돼 수차 정부지원을 요청했으나 아직 여가부에서도 쉽지 않은 입장인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결혼을 준비하는 미혼남녀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주택이다. 결혼신혼집에 대한 국가적 제도와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현재는 달서지역에 제한돼 있지만 앞으로 이같은 관주도의 현실적이고 이색적인 결혼장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결혼에 대한 미혼 남녀들의 소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해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 결혼이 더 이상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라는 깊은 통찰을 통해 지역 사회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 건전한 결혼 문화를 확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 남경원기자 skaruds@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