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김종인 전 대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왼쪽부터)이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제의 길을 묻다’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손을 잡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실제 김 전 대표와 정 이사장은 3월 23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가진 조찬 회동에서 “4월 15일 전 중도·보수 단일화 방향을 결정하자”고 뜻을 모았다. 김 전 대표는 회동 직후 “나중에 두고 보면 아는 것”이라면서도 “대선이 길게 남지 않았으니 4월 15일 이전에는 뭐가 돼도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도 “그 이전에라도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6일 뒤인 3월 29일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3자 조찬 회동에서 ‘통합·공동·화합정부’를 논의했다. 김 전 대표와 정 이사장의 회동이 제3지대 반문 연대에 가속페달을 밟게 한 셈이다.
김 전 대표와 정 이사장이 손을 맞잡을 수 있었던 기회는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민주당 복수 인사에 따르면 김종인 당시 비대위는 ‘정운찬 영입’ 직전까지 갔다. 김 전 대표는 물론, 박영선 의원 등이 정 이사장 영입 작전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친문(친문재인)계도 정 이사장 영입에 긍정적이었다. 정 이사장도 민주당 입당 준비를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13 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김 전 대표 측에서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 측은 반발했다. 공천 파열음이 나자 홍창선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홍 위원장과 김 전 대표, 박 의원, 정 이사장 등 4인방이 회동을 통해 공천 문제를 매듭지으려고 했으나, 회동 직전 김 전 대표 측이 틀었다고 한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자타공인 경제 전문가 두 사람의 주도권 다툼이 영입 불발의 원인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이 파다했다. 정 이사장 측은 “당시 민주당에서 강하게 원했던 것은 맞다”고 귀띔했다.
당시 국민의당도 ‘정운찬 러브콜’에 나섰다. 김영환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 전권 위임을 조건으로 정 이사장 영입에 뛰어들었으나, 끝내 불발됐다.
김 전 대표와 정 이사장의 인연은 30년도 훌쩍 넘었다. 김 전 대표는 5공화국 당시 서울대 교수 서명 사건으로 해직 위기를 맞았던 정 이사장을 구해줬다고 한다. 이때부터 정 이사장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김 전 대표를 찾았다.
이들의 사이가 멀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이다. 정 이사장이 정정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국무총리 제안을 김 전 대표와 상의 없이 수락하면서 양측의 사이에 금이 갔다. 8년 뒤 ‘장미대선’을 앞두고 반문연대에 공감대를 형성한 두 인사가 손을 맞잡았다. 정치는 생물이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