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이 아니다. 햇살 좋은 어느날 오후 독일 브레멘에서는 우산을 쓴 50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여 다 같이 책을 낭독한 후 뿔뿔이 흩어지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으며(사진 1), 베를린의 한 백화점 앞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휴대폰에 대고 일제히 “야야야야야야!”라고 중얼거리고 나서는 유유히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사진 2)도 벌어졌다.
이게 무슨 일일까. 이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일종의 ‘번개 모임’인 ‘플래쉬 몹(Flash Mob)’ 회원들. 인터넷 웹사이트나 이메일을 통해 익명의 주최자로부터 ‘지령’을 전달받은 후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모여 다같이 ‘퍼포먼스’를 행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모임에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데모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럴싸한 ‘예술’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한편으로는 ‘집단 퍼포먼스’이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장난이나 유별난 취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상을 탈피해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모임이다”라는 것이 한 참가자의 설명이다.
두 달 전 미국 맨해튼에서 시작된 이 ‘엽기 모임’은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베를린, 비엔나, 런던, 로마 등 유럽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사진 3) 맨해튼의 한 쇼핑몰 천정에 매달린 공룡인형을 향해 무릎을 꿇고 양팔을 벌려 숭배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사람들.
(사진 4) 베를린의 중심가에 모여 휴대폰에 대고 “예스!”라고 외치는 사람들.
(사진 5) 캠브리지의 한 쇼핑센터에 모여 카드를 구매하는 사람들.
(사진 6) 베를린 도심 한복판에 모여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