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의 배우자 김혜경 씨. 이종현 기자.
- 이 시장의 첫 인상은.
“007 미팅으로 만났다. 이 시장이 종을 울리기로 했다. 발견하고 앉았는데 반지도 끼고 있고 너무 나이가 들어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20대 중반에 변호사 개업했던 것이 콤플렉스였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판검사 출신이 개업했지, 연수원 출신 변호사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첫인상은 ‘아저씨’ 같았다.”
- 집 안의 반대는 없었는지.
“처음 소개 받았을 때 남편이 검정고시 출신인 줄 몰랐다. 미팅 나가는데 친정 엄마가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말씀을 했다. 그래서 ‘엄마, 변호사면 사법고시다’라고 했는데 정말 검정고시 출신이었다. 나는 음악을 전공했는데 환경이 많이 달랐다. 친정에선 걱정을 많이 했다. 변호사라는 것 빼놓곤 칠남매, 홀어머니에 일반적이지 않은 환경이지 않나. 걱정을 많이 하시긴 했는데 친정에서 내 결정을 믿어주셨다.”
- 남편 이재명과 정치인 이재명은 어떻게 다른가.
“공통점은 솔직하고 당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인 이재명의 경우엔 국민의 이익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 결혼 생활하다보면 합리적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는데, 남편 이재명은 그냥 다 준다.”
- 굉장히 애처가인 것 같다.
“남편이 생선살, 게살 등을 잘 발라준다. 생선을 한 번도 내가 바른 적이 없다. 버려지는 살들을 아까워하더라. 다 발라서 나눠주고 그 다음에 본인이 먹는다. 내가 하는 게 답답한가보다.”
- 이 시장을 뭐라고 부르나.
“웃지 마시라. ‘자기야’다. 습관이 돼서 잘 고쳐지질 않는다. 대외적으로 ‘여보’라고 부르려고 노력한다. 이 시장은 ‘여보’라고 부른다.”
- 이 시장이 살림에 관심과 소질이 있는지.
“베란다, 신발장, 다용도실 등 정리 정돈을 굉장히 잘한다. 효율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가족 가운데 재활용 담당이다.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을 버리는데,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출근할 땐 꼭 가지고 나간다. 그래서 동네에서 이 시장도 재활용 하는데 남편 보고 뭐하냐고 그런다더라. 아저씨들이 시장님 때문에 고달파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 이 시장이 좋아하는 반찬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살면서 반찬 투정을 한 적이 없다. 반찬 종류가 많으면 힘들게 많이 했냐고 오히려 타박을 한다.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할 것 같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싫어한다. 나물류를 좋아한다. 매운탕하고 지리가 있으면 지리를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 외엔 가족들이 내가 담근 김장 김치를 매우 좋아한다. 매해 30포기 정도 김치를 담는다.”
- 이 시장은 요리도 잘하는가.
“멸치 육수를 내서 호박 고명을 올린 잔치국수를 잘해줬다. 요즘은 본인이 끼니를 챙겨 먹을 시간도 없어 요리하는 것을 면제해줬다.”
- 자녀들에겐 어떤 아버지인지.
“고려대 경영학과와 행정학과에 다니는 아들 둘이 있다. 나는 엄마니까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 시장은 좋게 말하면 본인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자립심을 키워주는 아빠다. 나쁘게 말하면 무관심하다. 이런 점 때문에 아이들과 중고등학교 때 많이 부딪쳤다.”
- 이 시장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
“부모 자식 관계라도 확실하게 할 것은 해야 한다는 주의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처럼 중고등학교 때 학원 다니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시민운동은 열심히 하면서 왜 아들 교육엔 열심히 하지 않지’ 생각하면 약간 서운했다.”
- 이 시장은 어떤 사위인가.
“수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질문은 처음 받는다. 편한 사위다. 나이가 들면서 친정 엄마와 부딪치는 경우가 많아진다. 친정엄마는 이 시장 편, 이 시장은 장모님 편이다. 서로 편을 들어준다. 친정엄마한테 이 시장은 든든한 사위다.”
- 이 시장에게 서운했던 점도 있는지.
“요즘 젊은 부부들이 아기들한테 ‘아저씨(이 시장)랑 빨리 찍어라’고 한다. 본인이 찍는 게 아니라 자녀들을 데리고 사진 찍을 정도면 이 시장은 그냥 정치인이 아니라 존경받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럴 때 보면 매우 뿌듯하다. 그런데 정작 우리 아들들한텐 그런 얘기 안 한다.”
김혜경 씨는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의 답답하고 서러운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민주당의 후보다”라고 했다. 이종현 기자.
“이 시장이 공장 다닐 때 새벽에 압정을 책상에 꼽아 놓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얼마나 피곤했겠나. 그런데 졸리면 압정에 박히게 해둔 것이다. 사법고시 공부할 때는 장롱 위에 알람시계를 세네 개씩 올려놨다고 한다. 손을 뻗어야만 하는 자리에 놓고 일어나게끔 한 것이다. 아들들이 재수를 했는데 이런 경험들을 얘기하라고 해도 안 하더라. 이 시장은 본인이 느껴야 하고 스스로 깨우쳐서 해야지 아빠가 얘기한다고 듣겠냐는 식이다. 그 말이 옳긴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다.”
- 이 시장의 대권 도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이재명한텐 12월 대선이 훨씬 유리하다는 말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당시에 ‘내가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 자리를 차지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라가 정상의 길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더라. 촛불 정국에서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 국민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얘기해주고 한 발 먼저 주장해주고 이런 모습을 국민들이 높게 평가해준 것 같다. 박 전 대통령 탄핵도 제일 먼저 외치고 이재용 구속도 외쳤다. 지나고 보니 모든 게 단계적으로 이 시장 말대로 됐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시장의 진심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 정치인의 아내로서 힘든 점은.
“조심스럽다. 본인보다 사실 가족들이 더 힘들다. 많은 분들을 만나 뵙는데 민원인지 청탁인지 구분하기가 참 어렵다. 그런 점에서 균형과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 이 시장을 위로해주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옆에 있어주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함께 얘기하고 웃고 떠들다 보면 ‘이제 좀 낫네’라고 한다. 요새 연설할 때도 꼭 붙어 다닌다. 인간 우왕청심환이랄까. 추미애 대표님이 하루는 나보고 ‘이 시장 껌딱지’라고 하더라. 그런데 사실 내가 아니라 이 시장이 내 껌딱지다.”
- 대선 후보로서 이 시장을 평가한다면.
“국민들의 답답하고 서러운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민주당의 후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정체성에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도 생각한다. 모호하게 얘기하지 않아 좋다. ‘검토해보겠습니다’ 같은 정치인들의 언어라는 게 있지 않나. 이런 말을 너무 안 해서 사실 뭐라고 하기도 한다. 이 시장은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얘기해야 한다. 희망고문은 안 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좀 차갑기도 하지만 정치인은 그러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국민 분들도 대단한 게 이 시장의 본심을 알아주신다.”
- 가장 마음에 드는 공약은.
“기본소득이다. 복지 정책만이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이다. 성남시의 경우 청년 배당이 풀리는 날은 슈퍼에 가보면 ‘오늘 무슨 날인데 이렇게 상품권이 많지’라고 말한다. 돈이 도는 게 보인다는 말이다. 기본소득의 취지나 성남시의 성과를 알려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부족했다. 시간이 참 아쉽다.”
- 호남+충청권 경선 결과 3위를 기록했는데 아쉬움은 없나.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충청에서 3위를 했는데 분위기는 마치 1등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과반을 넘지 못해 실망했고 안희정 후보는 안방에서 2등을 해 서운한 기색이었다. 충청에서 15%가 나왔을 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모두 일어나서 박수를 쳐줬다. 사실 호남권 지지율도 8% 정도대를 예상했다. 그런데 안 후보와 거의 동률이 나왔다. 경선 결과는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영남권에서 2위를 목표로 하고 수도권에서 뒤집는다는 것이 목표다. 2등으로 결선 투표까지 간다는 게 전략이다. 아자!”
-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앞두고 이 시장의 조언이 있었나.
“남편에게 ‘오늘 나 뭐 얘기해야 돼’라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하세요. 솔직하게’라고만 말한다. 조금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만 ‘절대로 거짓말하지 말고 진솔하게 하라’고만 당부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