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월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출석하면서 질문하는 기자를 노려보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수사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일명 ‘우병우팀’이라고 불리는 청와대 민정비서실 산하 특별감찰반(특감반)이다. 검찰은 최근 특감반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창성동 별관 특감반 사무실과 청와대 경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우 전 수석이 이끌었던 특감반은 정권에 찍힌 인사들을 표적수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러한 특감반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이 작성한 우 전 수석 영장청구서에는 백 아무개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감사담당관 등이 특정 인물을 징계하라는 특감반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가 표적수사를 받았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담당관에 따르면 특감반은 당초 문체부 서 아무개 사무관과 이 아무개 주무관을 징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낮잠을 자는 등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백 전 담당관은 직접 조사에 나섰지만 공식 징계 사유를 찾을 수 없어 구두 주의와 업무 배제 조치만 내렸다. 그러자 특감반이 영장도 없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백 전 담당관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수색했다. 3일 후에는 특감반으로 호출해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신체 수색까지 했다. 현재 좌천된 백 전 담당관은 징계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제기한 상태다.
백 전 담당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너무 억울해 ‘자살이라도 할까’ 생각했다”면서 “특감반에서 윗분의 지시라면서 무조건 그 사람들을 징계하라고 요구했지만 자체 감사 결과 징계 사유를 찾을 수 없어 그대로 보고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특검팀이 작성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특감반이 대통령 지시에 항명한 외교부 간부들에 대해 좌천성 인사를 요구했다는 내용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5년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중국 관광객 단체 비자 수수료 면제기간을 1년 연장하는 안을 확정했는데 일부 외교부 간부가 문제제기를 하자 특감반이 이들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특감반은 간부들을 사무실로 불러 강도 높게 추궁한 뒤 외교부에 좌천성 인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당시 문건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한일 전 서울경찰청 경위는 “검찰에 체포되기 전 청와대가 특감반 행정관을 보내 나를 회유한 것은 사실”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피해자들과 접촉을 시도해봤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피해자와 같은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언론보도 이후) 기자들의 전화가 굉장히 많이 오고 있다. 현재는 언론과 접촉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감반은 지난 2003년 3월 노무현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현 민주당 대선후보)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당시 특감반의 업무범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 관계자, 비서실 직원에 대한 비리첩보 수집과 사실 관계 확인조사 등 감찰 업무에 국한됐었다.
특감반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 20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특감반원 중 상당수는 우 전 수석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때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특감반을 ‘우병우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청문회에서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이후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에 있었던 특감반을 우 전 수석이 있는 민정비서실로 옮겼다”면서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특감반으로 하여금 진원지 사실파악, 응징, 체감, 반성하도록 해야’라고 적혀 있다”고 했다.
청문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던 박 의원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쫓겨난 뒤 특감반이 민정비서실 산하로 옮겨졌다. 이후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특감반을 지휘했다.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면서 “원래 기능은 공직 후보자 검증이나 고위공직자 기강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곳인데 박근혜정부에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은 “현재 수사결과를 보면 특감반의 직권남용 의혹이 매우 짙다. 김영한 전 수석의 일지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특감반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감반 외에도 우 전 수석과 관련된 의혹은 더 있다. 최근에는 최순실 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박재혁 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회장에 대한 인사 검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장시호 씨는 최 씨가 가지고 있던 인사 파일에 ‘민정수석실로 보내라’는 메모지가 붙어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장 씨의 변호인 측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장 씨가 최 씨로부터 민정수석실에 인사 파일을 보내라는 지시를 직접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인사 파일에 최 씨의 필체로 ‘민정수석실로 보내라’는 메모지가 붙어 있어서 그 부분을 증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박 전 회장은 “회장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한 적은 없다”면서 “청와대가 나를 어떻게 검증했는지 잘 모르겠다. 이상한 점은 못 느꼈다”고 답했다.
정동춘 전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도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사장 취임을 앞두고 전 직장 사람에게 ‘좋은 곳에 가시냐’면서 연락이 왔다. 누군가 평판조회라면서 나에 대해 캐물었다고 했다”면서 “재단 직원들 중에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하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이 민간 단체의 인사 검증까지 한 것이 사실이라면 불법 사찰에 해당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우 전 수석 측은 “영장에 기재된 내용일 뿐이고 의혹일 뿐”이라며 “법원에서도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구속 영장을 기각한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